<책에 대해>
옷을 마흔 두번이나 갈아입은 소녀 카밀라. 예쁘게 보이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이건 좀 심하다. 결국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탓에 남들이 말하는대로 계속 변해가는 불쌍한 카밀라. 줄무늬병이 낫는 비결은 바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다. 병이 나은 뒤 친구들은 카밀라가 이상해졌다고 말한다. 남들이 뭐라건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다는 건 어린 나이에 아주 귀한 깨달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카밀라, 아욱콩을 먹으며 절대 줄무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머리 리본핀이 줄무늬다. 살다보면 말이다. 조금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써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머리핀은 친구들을 이해할 수 밖에 없고 신경써야 하는 그런 작은 통로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전처럼 전부가 아니라면 상황은 다르다. 꼭 필요한 통로일 것이다.
<딸과 책 나누기>
“은지야 너는 친구들이 널 어떻게 볼 지 신경이 쓰이니?”
“아니. 신경 안쓰는데. 난 엄마가 옷도 별로 신경 안 써 입혀서 유치원 보내는데 친구들이 나보고 이쁘데. 그럼 기분은 좋아.”
카밀라가 옷을 마흔두번이나 갈아입었기 때문에 먼저 옷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그래, 기분이 좋았겠구나. 너도 다른 친구들 이쁘면 많이 칭찬해줘. 그리고 변화된 모습에도 칭찬해주고. 그런 그 친구도 좋아할거야.”
“응. 나도 그래. 엄마도 내가 엄마 이쁘다면 좋지? 다 똑같아. 그렇지?”
“그래. 암튼 은지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건 은지가 옳다 생각하면 그렇게 해. 옷도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는거야. 그래도 다른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건 안돼.”
“응. 그러니깐 엄마 내가 싫어하는 옷은 입히지마. 하얀 털옷은 미끄럼틀 탈 때 정전기 나서 싫어.”
하여간 은지 기회는 잘도 잡아 이야기한다.
난 독서가 끝나고 발문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이야 우리 은지가 책을 얼만큼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발문이 들어가면 은지가 싫어한다.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 당황스러울 것이고 또 틀린 답을 말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은지는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그만큼 틀릴까봐 겁도 낸다. 그래서 늘 이야기 한다.
“틀려도 괜찮아. 엄마가 묻는 질문에는 답이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것을 듣고 싶어서 그래.”
나도 그랬다. 선생님의 권위아래 학생들은 나약하다. 꼭 정답을 맞추어야 그 수업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못 맞추면 속상하고 미안한 맘이 들었다. 쉽게 말해 챙피하다. 사실 모를 수도 있는데 지금도 그런 상황은 챙피하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데 유독 수업시간의 상황만큼은 모르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 아마 지금 은지가 영어시간에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모른다는 두려움. “틀려도 자신있게 대답해. 다른 친구도 몰라. 또 알면 어때. 모르니깐 배우러 간거지. 다른 친구들이 뭐라 할까봐 말 안하면 너도 줄무늬병 생길거야. 마음에 줄무늬병. 겉으로 드러나면 고칠 수나 있지.” 글을 쓰다보니 마음의 줄무늬병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왕따친구들이 이 책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정말 신경안써야지 하며 용기가 생길까? 사람은 그 상황이 되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건 인정받지 못한 서러움과 외로움의 상처겠지.
하여튼 대부분 은지의 말에 나도 은지와 생각이 같다고 이야기 한다. 가끔은 엄마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이야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 다르다고 꼭 이야기해준다. 네 생각도 맞고 엄마 생각도 맞다고도 꼭 이야기해준다. 남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또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습관이 길러지길 바라면서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