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년을 이어주는 통로

연령 9~12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3월 27일 | 정가 8,500원

– 수 만년을 이어주는 통로 –

마법의 두루마리 / 햇살과나무꾼 / 비룡소

임 하늘


나는 마법의 두루마리라는 말을 들으면 펼치는 순간 그 속에서 빛이 나고 연기가 나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몇 천 년 동안 암호로 쓰여져서 감추어졌던 비밀이 드러날 것 같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야기가 아주 신비스러워서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 이사 간 시골집, 민호네 가족은 낡고 어두침침한 집에 이사 왔다. 주인공 민호는 새 집이 마음에 안 들어 짜증을 내며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형 준호와 함께 지하실에 짐을 가져다 놓으려고 내려갔다. 그런데 지하실 안쪽에 책들이 높게 쌓여 있는 것이었다. 그 책들을 민호가  만져 보려다가 책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버렸다.  “와!” 그 순간 민호가 탄성을 질렀다. 책들이 무너진 자리에 낡은 나무문이 있는 것이었다. 그 문을 열어보니 엄청나게 많은 두루마리들이 쌓여 있었다. 민호는 궁금증이 생겨 두루마리를 펼쳐보았다. 그러자 두루마리에서 파란 빛이 번쩍 빛나며 준호와 민호는 석기 시대로 떨어진다!

수 만 년 전 석기 시대로 떨어진 민호와 준호는 갑자기 원시인들과 마주치게 되고 동굴에 갇히게 된다. 겨우겨우 탈출해 집으로 돌아온 민호는 낡고 마음에 안 드는 집이라도 석기시대와 통하는 비밀의 장소가 있어 새 집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책처럼 시간여행을 다룬 책들은 사람을 빨아 당기는 매력이 있다. 특히 다른 세상으로 떠날 때 예상치 못하게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다른 시간으로 떨어져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특별하고, 현실세계 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민호 형제가 석기 시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그다지 신비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지하실에 내려가 문을 발견한 것뿐이라니! 너무 단순하고 흥미롭지 못하다. 또 ‘지하실’은 당장 필요 없는 물건들을 보관해두는 집안의 자투리공간이다. 부모님이 민호 형제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한 곳도 아니다. 그 유명한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대저택의 수많은 방들 중 들어가지 말라고 한 방안의 이상하게 생긴 옷장을 통해 나니아 세계로 이어지게 된다. 금지된 공간이어서 왠지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반면에 민호 형제가 석기시대로 들어가는 통로는 너무나 평범한 곳이라서 아쉽다.

이 책은 학교에서 석기 시대를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석기시대의 특징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썼고 한 장 한 장에 석기시대에 썼던 도구, 용어 등의 설명이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석기시대에 대한 여러 가지 사진과 자료들이 나와 있다. 뒤이어 나올 시리즈들은 고려시대(고려의 시장에서 만난 아라비아 상인), 임진왜란(거북선이여, 출격하라), 조선시대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 등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역사 공부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 책은 단어가 쉽고, 짧아서 저학년들이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이 풍성하지 않다. 석기시대에 가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흥미진진하게 표현하지 못했고 단순한 편이다. 그래서 생동감이 떨어진다.

어쨌든 이 책은 아이들에게 석기 시대에 대해 가르쳐 주는 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좀 더 살을 보태고 신비감을 담는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