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안한 책을 만났습니다. ^^*
깜장 콩벌레!!!
우리가 어렸을 적에 풀숲에서 봐오던, 손가락만 데면 또르르 말리던 고녀석, 깜장 콩벌레랍니다. 저는 ‘공벌레’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양장본 책이지만 모서리도 둥글게 처리되어 있고 속지도 얇지 않고, 너무 미끌거리지도 않아 어린 아이들이 넘겨보기에도 무리가 없겠네요.
하….이 책은 그림을 먼저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섬유미술을 전공하셨다는 박해남님께서 그리신 아니 만드신 작품인데요. 천과 바느질로 이렇게 멋진 그림책 한 권이 완성되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비룡소에서는 원화전시회를 한 번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이 아닌 손에 잡힐 듯한 실제 작품은 더 멋있을테니 아이들이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어요? ^^;;
어쨌든 깜장 콩벌레의 다양한 표정이 바늘 한땀한땀의 수고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참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좋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 주셔서요.
그리고 글…
이 그림책은 깜장 콩벌레에게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이슬방울에 머리를 맞아 깜짝 놀라 또르르 말려 바람이 건드려도 콩이라며 끝까지 우기고
떨어지는 감꽃에 또 놀라 콩이라 우기고
새똥을 맞아 염소똥 사이에서 똥이라 우기고
콩이니 반으로 쪼개자, 땅에 심어보자는 아이들의 말에 “나, 콩벌레야!”하고 당당히 큰소리치고…
요녀석 웃기는 녀석입니다. ^^
마치 우리네 아이들 모습같네요. 우기는 모습이…ㅎㅎㅎ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그림책에서는 보지 못한 말들이 많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의 어휘력을 키워주는데 너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같은 상황에서의 의성어 의태어라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좋은 예같습니다.
먼저 이슬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통!”을 사용하네요. 일반적으로 ‘똑’이라 할 법도 한데 말이지요…
풀밭도 그냥 풀밭이 아닙니다. ‘포슬포슬’한 풀밭입니다.
더듬이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슬몃슬몃”이라고 표현하네요. 슬금슬금하면 재미없지요..^^;;
바람이 부는 소리도 위잉, 위잉이 아니라 “피이잉 피이잉”입니다. ㅇ과 ㅍ의 느낌 차이가 이리 클 줄이야…ㅎㅎㅎ
콩닥콩닥으로 표현되던 가슴 뛰는 장면에서는 “둥당둥당 벌렁벌렁”으로 긴장감을 표현했네요. 작은 아이들 입에서 둥당둥당 벌렁벌렁하고 말한다면 참 귀엽겠지요? ^^
그리고…오디가 까뭇까뭇 익어가는 숲…
도대체 어떤 숲일까요? 엄마도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숲. 까뭇까뭇 숲 거기가면 꼭 깜장 콩벌레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숲…
이 책을 읽고선 오디나무가 울창한 그 숲을 꼭 찾아 아이 손잡고 가 보고 싶습니다.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 ^^*
<깜장 콩벌레가 더듬이를 내고 다리를 뻗고 몸을 펴는 장면>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발레리나 옷 입은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