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 시대로 떨어진 아이들>은 새로운 역사동화 시리즈인 ‘마법의 두루마리’ 시리즈의 1권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으며, 아무래도 제목이나 발상면에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베스트셀러인 ‘마법의 시간여행 시리즈’와 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형식을 빌려 역사의 한 장면을 이해하려는 것이니 닮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는데, 책을 보니 예상이 얼추 맞는 듯하다. 책이 오자마자 큰아이가 뚝딱 재미있게 읽어 치웠고, 나 역시 큰 부담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소심한 편인 4학년 준호와 호기심 많은 2학년 민호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마당에 풀이 멋대로 우거진 집으로 이사온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둘은 짐을 정리하러 들어간 지하실에서 비밀의 방을 발견하고, 민호가 그 방에 쌓여 있는 두루마리 중 하나를 펼치자 푸른빛에 휩싸이며 그 방에서 사라지고 만다. 둘이 주위를 둘러보자 잎사귀가 커다란 식물들이 울창하게 자란 속에 사슴들이 뛰어다니고 쌍코뿔소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 때 사슴을 사냥하던 털북숭이 괴물들이 나타나 그들에게 잡혀 동굴로 끌려간 준호는 자신들이 원시 시대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과연 동굴로 잡혀간 준호와 민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들은 역사의 중요성을 말하며,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어른들의 바람일 뿐이고, 영화나 오락, 만화 아니면 책이라도 판타지나 모험 등 흥미진진한 것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은 지루한(?) 역사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작정 역사책을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그래서 판타지 형식을 빌리거나 만화와 결합한 다양한 역사 동화, 역사 만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리라.
본문의 내용은 초등학생 수준에서 흥미롭게 석기 시대에 떨어진 두 아이의 모험에 동참하도록 만든다. 다만 이야기 자체에서 우리와 다른 석기 시대 삶의 모습을 자세히 그려내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다. 사냥과 동굴 생활, 불의 이용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의 중간에 쌍코뿔소, 우리나라 지도, 동굴, 원시인, 날카로운 돌, 불, 익은 고기 등의 역사 정보를 박스 형태로 실어 놓았다. 이를 통해 수백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살던 당시의 자연 환경과 그들이 살아가던 삶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본문의 뒤에 ‘준호의 역사 노트’를 마련해서 ‘수백만 년 전의 일을 어떻게 알까?’, ‘인류의 조상은 누구일까?’, ‘한반도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석기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해서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류의 조상은 누구일까?’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그림으로 보여준다. 또 우리나라의 구석기 유적지 사진과 뗀석기와 간석기, 토기의 사진을 실어 놓아 이해를 도와준다.
만약 준호 형제처럼 마법의 두루마리를 갖게 된다면 어떨까? 그래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역사의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쉬운 대로 우리는 마법의 두루마리를 통한 준호 형제의 모험을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다음 모험은 어느 시대, 어떤 장소에서 펼쳐질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