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망카, 힘내!!

시리즈 블루픽션 33 | 샤론 크리치 | 옮김 김영진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5월 15일 | 정가 17,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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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엄마가 집에 없는 날이 싫다. 

 왜냐하면 학교 다닐 때는 엄마가 매일 하교지도를 해주시는데 엄마가 없는 날엔 학교하고 집이 멀어서 혼자 집에 못 오기 때문에 엄마는 꼭 아는 분한테 부탁해서 그분의 차를 타고 집에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혼자서 현관 키를 열고 들어와 혼자서 간식을 먹고 멍하니 있다 심심해서 공부만 하게 된다.


 학교가지 않을 때도 엄마가 집에 없는 건 정말이지 싫다.

 엄마가 준비해놓고 간 간식을 혼자 먹고 공부하다 책보다 텔레비전보다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말은 한마디도 안하고 눈만 껌뻑 껌뻑인다. 그래서 엄마가 어디 멀리 다녀오신다고 하면

 “어디 가시는데요? 몇 시에 오시는데요? 날아서 빨리 갔다 오세요!”

하며 심란해서 말한다.


 살라망카도 나처럼 엄마가 없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많은데도 엄마와 떨어져 있기가 싫은가 보다. 장장 삼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여행길을 엄마를 찾아 떠난 걸 보면 말이다.


 살라망카도 나처럼 엄마 없는 집이 너무 싫었다. 물론 나와 달리 돌봐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셨지만 그래도 엄마가 없는 집은 썰렁하고 외로웠다. ‘밤나무, 버드나무, 설탕단풍나무, 건초를 말리는 헛간, 물웅덩이, 들판, 소, 닭.’ 엄마는 집밖에 있는 이모든 것들을 좋아했다. 살라망카도 이모든 것을 좋아했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살라망카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면서 반드시 엄마를 만나 함께 바이뱅크스로 돌아와 좋아하는 이모든 것들을 모녀가 다정하게 다시 만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난 여행후반으로 갈수록 불안해졌다. 뱀에 물린 할머니가 병원에 실려 가고 엄마가 탔던 버스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있는 걸 보면서 말이다.


 불안한 예감은 절대 아니길 바랐지만 현실이 되었다. 살라망카는 결국 엄마를 만났지만 그건 엄마의 무덤 앞에서였다. 묘비에는 엄마의 이름과 생일, 사망 날짜 그리고 설탕단풍나무가 새겨져 있었다. 가슴이 턱 막히고 정신이 멍해져왔다. 내 기분도 이런데 살라망카는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처음 살라망카와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엄마를 만나 함께 바이뱅크스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살라망카가 너무 가여웠다. 곁에 있다면 꼭 안아주면서 위로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엄마가 집에 없는 날이 싫지만 그래도 일을 보시고 저녁엔 집으로 돌아오시기 때문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엄마가 집에 없어도 짜증내거나 바보처럼 멍하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차 조심하고 사람조심하세요.’라고 당부를 할 것이다. 평소 엄마가 내게 하시는 것처럼 말이다.


 살라망카의 엄마는 이제 영원히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지만 우리 엄마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 있을 테니까 좋다. 엄마한테 더 착한 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