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자애로운 인상의 중년 여성.
탁월한 능력을 일찍이 인정받아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황룡사를 짓고, 첨성대를 만들었다.
이런 내용들이 선덕여왕에 관한 위인전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룡소 새싹인물전 <선덕여왕>은 좀 달랐다.
표지에 그려진 여왕의 모습은 솔직히 별로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차고 심지가 굳은 성격의 소녀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내용도 좀 당혹스러웠다.
보통 위인전에는 신비로운 태몽으로부터 시작되어 남달랐던 어린시절이 나오는데
이 책은 덕만공주의 어머니인 마야 부인의 한숨으로부터 시작된다.
왕위를 이을 아들이 없어 고민하는 마야 부인과 이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두 딸들.
물론 여기서부터 남달랐던 선덕여왕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여자라서 왕이 될 수 없다니, 말도 안 돼. 나는 여자지만 얼마든지 훌륭한 왕이 될 수 있어!’
또 성골 중에는 남자가 없어 진골 중에서 후계자를 고르려는 진평왕에게 덕만공주는 이렇게 말한다.
“왜 여자는 왕이 되면 안 되는 것입니까? 용춘의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제가 신하로 두고 부리면 되지 않습니까?”
이런 덕만공주의 분명한 의지가 있었기에 진평왕은 끝내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숨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후 화백회의는 오랜 회의 끝에 덕만 공주를 신라의 제 27대 왕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 탄생이라는 성공신화로 끝났다면 얼마나 유쾌한 이야기일까?
하지만 선덕여왕이 다스렸던 이 시기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가장 치열하게 다툼을 했던 시기라고 한다.
백제는 영토를 넓히기위해 계속해서 국경 지역을 침략하고,
게다가 신라 내부에서조차 여자라하여 여왕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이 있었단다.
심지어 도움을 청한 당나라에서는 여왕이라 하여 조롱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쟁으로 인해 지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세금을 면제해주고,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황룡사를 짓는다.
그리고 동양 최초로 첨성대라는 천문대를 짓기도 한다.
선덕여왕은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선입견이나 편견, 그리고 사심까지도
버릴줄 알았던 성군이었다.
후계자 다툼에서 경쟁자였던 김용춘의 아들인 김춘추를 발탁하고,
금관가야 출신의 김유신을 등용한다. 게다가 자신을 여자라고 업신여겼던 당의 도움을
얻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선물까지 보내 그들의 마음을 돌린다.
이런 과정들은 이후 삼국을 통일하는데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선덕여왕의 인간적인 고뇌가 담겨있어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안팎에서 휘몰아치는 어려움들 속에서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던 것 같다.
여자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만큼 그 분의 생이 행복해보이지 않아서 참 안타깝다.
그러나 그 분의 업적 만큼은 길이 기억될거라 믿는다.
이 책은 문장이 쉬워서 초등 저학년 정도의 친구들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책 사이사이에 보충 설명들이 나와있고, 뒤쪽에는 연표를 어린이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잘 정리해놓아서 그 시대의 여러 상황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