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단순한 배경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책들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그리고 이야기해도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할 때도 많은데 말이다. 재미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두 동물이 걷고 있다. 둘은 성격이 달라보인다. 하나는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고 또 다른 하나는 정확한 표현을 찾으려고 노력한다.첫번째 친구가 이야기 하면 두번째 친구가 바로 잡아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둘이 싸우는 이야기가 전개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둘은 걸어가다 한 의자를 발견한다.
사막에 홀로 있는 의자는 그다지 특별해보이지 않는다. 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석도 아니고.. 석유도 아니고 신기한 동물 친구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둘은 이 의자를 가지고 놀이의 세상의 문을 연다.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녀석이 대뜸 의자 밑으로 들어가서 숨는 거다. 원래 의자는 앉는 건데.. 내 머릿 속에서 고정관념이 처음부터 살짝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확한 성격의 친구도 함께 놀이를 시작한다. 둘이 같이 노는데는 하나가 된다. 의자 위에 올라가서 배라는 생각을 하면 의자 밑은 온통 바다가 되고 그 바다에는 상어도 이빨 벌리고 돌아다니다. 엇! 무서워!! 그리고 가게 계산대도 되어 둘이 가게놀이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서커스 놀이도 한다. 의자 위에 올라가서 묘기를 피우면 어느새 의자는 서커스의 공간이 된다.
아이들이 한참 놀고 있을때 사막을 늘 다니는 낙타가 나타난다. 사막에 낙타는 별다른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그렇듯이 낙타는 의자는 앉는 거라고 호통을 치고 그 위에 떡하니 앉는다. 그리고선 비킬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사막처럼 삭막한 마음인가…
파란 의자는 아이들에게 놀이가 어떤지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