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작가와 형민우 작가가 만나 <초한지1>을 썼습니다.
저희 아이는 역사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초한지보다는 유비, 관우, 장비가 나오는 <삼국지>에 더 열광을 하더군요. 초한지는 별로 재미가 없다면서요.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제 눈길을 확 끄는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이문열이라는 작가가 글을 쓴다는 점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그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있었구나 하고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 마법에서 깨어나기는 했지만요. 그의 빼어난 글솜씨는 인정합니다. 더구나 작가가 이 작품을 쓸 때 참고했던 책이 사마천의 <사기>였다는 점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사마천은 그의 인생이 극적이어서 그런지 <사기>는 그저그런 사실만을 나열해 놓은 역사책들과는 달랐습니다. 지금 현실에 적용해도 꼭 맞는 인생철학이 담긴 책으로 기억합니다.
거기에 절제되었으면서도 강렬한 형민우 작가의 그림이 제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이제까지 보자 못했던 그림풍의 신선함과 절제된 유머 표현, 절제된 인물 표현 등은 오히려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거예요. 그리고 작가의 상상력을 표현된 신들의 산 이야기.. 인간 세상은 진시황이라는 인물에 의해 평정되어 조금의 틈도 찾아볼 수 없게 견고해보이기만 하지만 이미 그는 지는 태양이요, 떠오르는 태양이 있다는 이야기 설정이 신비스러우면서도 운명적인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엄마가 이 책을 보고 눈을 반짝이자 아이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 번 보더군요. 재미있다면서요. 역시 책을 보는 눈은 아이와 제가 같을 때가 많습니다.
초한지에 나오는 인물들도 참 매력적이더군요. 천하를 호령할 것 처럼 강해보이는 항우를 비롯하여, 언뜻 <삼국지>의 유비를 떠올리는 유방과 그밖의 한신, 장량, 용져, 항량, 번쾌, 노관과 창해역사 등 그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집니다.
본문의 재미만큼 이책의 뒤에 나오는 ‘아는 만큼 재미있는 초한지’도 정말 유익합니다.
*초한지는 어떤 책일까?
*최초의 황제, 진시황제
*진나라는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을까?
*진나라의 지방통치제도, 군현제
*인류역사 최대의 건축물, 만리장성
*초나라와 한나라의 한판 승부, 장기
*고사성어, 과하지욕(跨下之辱)
제가 본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용도 흥미로웠고요.
거대하고 견고하기만 해보이는 진시황과 그의 제국이 이들에 의해 무너진다는게 아직은 믿어지지가 않아요. 하지만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에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크게 작용하기에 항우와 유방..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기가 오겠죠? 초한지 다음권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