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적으로 만화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어린 시절 만화방에 대한 기억도 그리 좋지 못했고..또, 만화에 빠질만한 성격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유난히 만화책 읽히는 걸 꺼려했었구요..두 딸아이가 만화책을 집어들어 보려하면 다른 그림책을 보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곤 했지요..물론 만화책을 사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그래서 삼국지도 파랑새어린이의 <삼국지 구비동화>를 사고 읽게 하고, (주)교원의 <소설 삼국지>를 부지런히 읽히고, 그렇게 하고 나니까, 딸아이가 4학년 때 이문열선생의 <삼국지>를 사달라고 하더군요..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10권을 사주고 나니, 후딱 그 책을 다 읽어버리더라구요..이어서, 황석영선생의 <삼국지>도 보고싶다고 욕심을 내고..그 사이에 <초한지>도 읽고 싶어하기에 방학마다 한 번씩 이 대하소설을 점령하게 되었답니다..그러면서도 정작 이 엄마는 그 책들을 읽어내지 못했지만, 이런 책들은 엄마들이 그닥 선호하는 책을 아니니까..(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제 작은 딸이 그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하는데, 언니처럼, 좀 쉬운 <삼국지 구비동화>와 <소설 삼국지>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민음사의 <이문열 삼국지>로 넘어가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게 왠일? 반디클럽으로 활동하는 언니 탓에 <만화 초한지> 1권을 손에 넣게 되었답니다..단숨에 읽어내고는, 이 엄마는 들어보지도 못한, 유방, 항우..이런 이름들을 나열하면서, “엄마는 누가 착한 것 같아?”, “싸움에서 누가 이겼어?”라는 용감한 질문을 해댑니다..어쩔 수 없이 엄마는 삼국지나, 초한지를 읽어 보지 못했노라고..그래서 그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네가 읽어 보고 가르쳐달라는 아주 나약한 답변을 해야 했지요..하지만, 부모란 자신이 해 내지 못한 것을 아이들이 해 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이 엄마가 이제 노안이 와서 책읽기도 수월치 않은 나이가 되었슴에, 같이 책을 읽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읽고 싶어하는 책을 선뜻 사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아이의 책읽기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엄마의 어깨도 한층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되겠지요~ 우리 아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