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나의 명원화실>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신의 자전적인 동화로 그림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먹물로 그린듯 약간 어둡고 회상적인 느낌을 주는 동화책이었다.
그 책을 통해 이 작가가 <동물원>이라는 작품으로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침 아들의 학교 1학년 필독도서라서 더 읽고 싶었다.
<나의 명원화실>은 글이 많아서 3,4학년은 되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이 <동물원>은 3살부터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다.
정말 좋은 작품이다. 구성이나 그림, 내용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독특하고 생각하게 한다. 앞표지,뒷표지,속표지,간지까지도 동화의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앞표지에는 고릴라가 사라진 동물원 우리가 나온다.뒷표지에는 고릴라가 여자 아이의 분홍색 부츠를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주의 표시가 나온다.동물을 사랑한다면 이 동물에게 과자나 음식을 주지 마세요라는 푯말과 함께 … 이 경고문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눈에 잘 띈다. 자꾸 읽어보면 참 모순적이다.사랑한다면 먹을 것을 주어야하지 않을까?사랑한다면 동물을 우리속에 갇우면 안 될텐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첫장을 넘기면 작품이 시작하기도 전에 고릴라가 구멍을 통해 도망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옆에 코끼리랑 원숭이도 함께우리 밖으로 나와 있다.
다음장 동물원이라는 제목 옆에 공작새의 깃털 하나가 떨어진다.
또 다음장 동물원이라는 제목으로 동물원 정문 풍경이 나온다. 여러가지 풍선중에서 아이가 공작새 풍선을 고르고 들고 있다.그리고 입구에 칼라로 채색된 공작새가 아이를 내려본다.
엄마, 아빠는 다양한 동물원 풍경을 감상하는 사이 아이는 공작새를 발견하고 유심히 관찰한다.
동물우리에 동물이 없어서 엄마, 아빠가 당황하는 사이 아이는 공작새를 따라 환상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동물원의 모습은 흑백으로 채색되어 있고 아이의 모험만이 칼라로 특히 분홍색과 원색으로 표현되었다. 또 색연필로 채색이 되어 있어서 친근감을 주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공작새를 따라가 보니 모든 동물들이 그곳에 있다. 하마가 연못에서 수영하고 코끼리, 곰과 물놀이를 한다. 기린목에서 미끄럼을 타고 고릴라와 논다.
그 사이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찾아 헤맨다. 아이가 어디갔을까 아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른다. 아빠의 손에 들려 있던 공작새 풍선이 하늘로 날라가 아이의 손에 도달한다.
아이의 환상적인 모험은 이어진다. 온갖 새들과 함께 하늘을 날아 오른다.그 사이 아이의 분홍색 부츠가 땅으로 떨어지고 그것을 고릴라가 잡는다.이 그림이 가장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고릴라가 뒷표지에서 아이의 분홍색 부츠를 간직하게 된다.
아이의 모험은 하늘을 나는 것으로 끝이나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와 아이는 벤치에서 풍선을 손에 들고 잠들어 있다. 엄마 아빠는 아이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가 보는 동물원은 칼라로 보인다. 여러가지 동물들이 아이를 배웅한다.모두 방긋 웃고 있다. 엄마 아빠가 보는 동물원은 황량하고 삭막하기만 하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아이는 웃고 엄마 아빠는 우울한 표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간지에 고릴라와 원숭이가 다시 우리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글과 그림 위주로 보고 다음에는 다시 숨은 그림을 찾듯 꼼꼼하게 보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에 왜 고릴라가 아이의 신발을 갖고있지? 라는 의문을 갖게 되어 책을 다시 보는데 하늘을 나는 장면과 아래에 조그많게 나온 고릴라의 손을 보게 되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듯 기뻤다. 그리고 공작새 풍선이 아이에게 돌아온 것도 신기했다.
연령별로 읽는 수준을 달리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좋은 작품은 언제 읽어도 감동을 준다. 4살 딸에게도 재미를 주고, 8살 아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조은 작품이다. 상은 그냥 주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