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우연히 길을 가다 서점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가 사 온 책이다.
무슨 내용인지 살피지도 않고 그저 내가 관심이 있는 어린이 책을 다뤘다는 점 때문에 샀다.
그리고 슬쩍 내용을 훑어 보았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책장에 꽂혀 지내다가 이제서야 읽었다.
이 책을 잡게 된 계기는 어린이책을 다양하게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화 모임을 하며 그림책에만 머물러 있던 시각이 그림책에서 청소년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어지게 되었다.
특히 작가 연구 시간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다루게 되었는데, 마침 이 책에 린드그렌의 삐삐 에 대해 다뤄놓은 파트가 있다. 그래서 오래도록 책장을 지키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지금까지 내가 읽었거나 들어본 책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더 이 책을 쉽게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어린이 문학의 필요성, 중요성 등을 역설한 글을 읽으며 이 책에서 쉽게 손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어린이 문학에 나타나는 폭력성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해석해 놓은 부분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폭력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소년들에게 주먹다짐을 못하게 한다고 세상이 평화로워질까? 답은 분명히 ‘아니다’이다. 과거에는 소년들의 공격성을 철저하게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어른들이 너무 바빴고 자녀도 너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어린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 같은 심리 치료사들은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춘기에 이르러 공격성을 분출시켰을 때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지 날마다 목격하고 있다. 오늘날 아이들이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더욱 빈번해지며 격렬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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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하늘을 나는 교실』(에리히 캐스트너,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을 설명하면서 이 부분을 언급했다.
맞는 말이란 생각에 나 또한 동감했다.
옛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말썽을 피워야 아이지, 말썽도 피우지 않고 얌전한 아이는 아이가 아니다. 말썽을 피워야 건강하게 자란다.”
이 말을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님께 많이 들었다.
딸을 하나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가 말괄량이라 조금만 얌전했으면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다.
그런 마음을 부모님께 드러내면 그 생각이 잘못된 생각이라며 지적해 주셨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위에 인용해 놓은 말과 같다.
그렇기에 심리치료사로서 저자가 설명해 놓은 말에 적극 동감할 수 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주위에서 보아온 경험에 있다.
정말 말 잘 듣고, 착하다던 아이가 어느날 집을 나가거나 거칠어 졌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오히려 어려서 문제아로 비춰졌던 아이들이 자라서는 그렇지 않고 잘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100% 모두 다 이렇지는 않지만 대게 그러했다.
그렇기에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는 물론 부모된 입장에서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어린이 문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 챕터 한 부분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기억에 남는 파트는 앞서도 언급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시리즈’에 대한 심리 치료사의 입장에 있다.
아이와 함께 최근에 삐삐 시리즈를 읽으며 아이들이 대리만족을 시원하게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삐삐와 함께 오버랩 되는 캐릭터가 있었다.
빨간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라는 점,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점으로 인해 아이와 나는 빨간머리 앤을 떠올렸다.
앤은 고아이다. 삐삐 또한 고아나 마찬가지로 혼자 산다.
하지만, 외로움을 느낄 수 없다. 두 인물은 너무도 밝고 경쾌하다.
이런 이유로 삐삐와 앤을 동시에 생각하게 되었고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어나갔다.
그런데, 저자는 삐삐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는 점부터 시작해 두 작품을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집요하게 해집어 놓았다.
이것은 삐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독자마다 책을 통해 느끼는 점이 모두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글을 읽으면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 다시 한 번 그 작품들을 살펴보게 되어 좋다.
이 외에 다양한 주제의 어린이 문학을 다루어 놓았다.
실린 작품을 모두 읽어 본 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