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빗 콜 식 톡톡 튀는 유머에 길들여진 아이는 배빗 콜의 작품이라면 늘 깔깔거리면서 읽는다. 심지어 얼마 전에 새로 소개한 배빗 콜의 작품을 읽으며 “엄마, 배빗 콜의 책은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기성세대들에게 혹은 보편화된 개념들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그녀의 유머가 단연 한몫 했을 거라고 예상해본다. 부모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수위가 아닌 위험천만한 나쁜 꼬맹이의 이야기를 하고,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지저분함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하고, 술을 끊을 때까지 아빠를 피클 병에 가둬두는 마법사 엄마의 모습과 서로를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괴롭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과감한 행보를 하는 작가다.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풀어내니 아이들에게는 당연 재미있는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 <내 멋대로 공주> 또한 마지막에 강력 유머 펀치를 날려준다. 이 책 또한 심상치 않은 주제의식을 내포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등장하는 왕자들의 멍청한 이름 퍼레이드와 예상을 뒤엎는 결말에 웃음을 날려주며 재미있어 한다. <내 멋대로 공주>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당연히 결혼만이 여자의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서만 여자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에게 거의 폭격 수준의 반론을 제기하는 그림책이다. 요즘 이런 페미니즘 동화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데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본다면 놀라서 까무러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내게 딸이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소개시켜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나이가 꽉 찼으니 이제 그만 애완동물들 하고 노닥거리고 남편감을 찾으라는 왕비의 명에 따라 공주는 할 수 없이 남편감을 고르려고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번번이 왕자들을 쫓아내고 만다. 괴물이나 공룡수준의 공주의 특이한 애완동물들에게 먹이를 줘야 하거나, 폭주족에 가까운 오토바이 실력을 갖춘 공주의 오토바이에 타고 험한 들판을 달려야 하고,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왕실의 숲에서 땔감을 구해와햐 했으니 꾸리꾸리, 어질띵띵, 어설프네, 와덜덜덜, 허둥지둥, 엉거주춤…왕자들이 겁을 먹고 달아날 수 밖에… 하지만 뺀질이 왕자가 나타나 꽤 그럴 듯한 방법들로 공주의 시험을 무사히 마치게 되고 공주는 뺀질이 왕자와 결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상황을 공주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막힌 반전이 바로 이 부분에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그래서 공주님은 왕자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로 끝나는 흔한 공주의 길보다는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택한 멋대로 공주가 행복했을지 불행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주가 가야 할 길에는 결혼이라는 외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세상에 대고 외치는 멋대로 공주는 불행이건 행복이건 스스로가 선택한 길에 후회 따위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딸을 둔 엄마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