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어른이 되는 게 싫어 영원히 철들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작가 박선희 씨가 들려주는 좌충우돌 청소년들의 이야기. 공부하는 아이와 공부하지 않는 아이, 두 부류로만 나누어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을 불량품으로 내몰아버린 어른들. 이 어근들에게 불량품(?)들이 보여주는 진지한 삶의 모습. 입시의 채찍에 휘둘려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지친 고딩들에게 숨통을 터줄 시원한 이야기다.
오토바이 폭주에 참가한 강호에게 함께한 무리들이 노 헬멧 정도는 센스라고 말한다.
“난 내 룰이 있거든요.”
강호는 주저 없이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이 말은 단순히 오토바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건우에게도, 아미에게도 다 나름의 룰이 있고 고민이 있고 계획이 있었다. 어른들의 눈에는 불량스럽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인생이 있음을 외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외고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반고로 다시 전학 온 도윤의 캐릭터는 현실적이다. 특목고 열풍에 중학생마저 입시지옥인 요즘에 빚어지는 또 다른 부작용을 고발하고 있었다. 부모님 모두가 시민운동가인 이경. 그래서 야간자율학습도 빼주고 고등학교 자퇴도 허락한다. 왜 우리 모두는 이경의 부모님처럼 자유로운 생각을 갖지 못하는지.
소단원마다 화자가 등장인물별로 바뀌는 형식은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와 비슷해서 참신성 면에서 아쉬웠다. 도윤이 체르니 40번까지 쳤다는 경력만으로 밴드부에 들어가게 되는데 도윤의 그러한 경력도 엄마의 극성스러운 계획표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공부도, 운동도, 음악도 모두 잘해야 한다는 엄마의 극성스러움 덕에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이니 매사를 부모 탓만으로 돌려도 되나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