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아이가 지금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쏟는 책이 바로 코키 폴의 마녀 위니 시리즈다. 마녀 위니의 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다른 책은 제쳐두고 가장 먼저 챙겨보는 열혈팬인데 이제 와서야 마녀 위니의 리뷰를 남기게 된 것이 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으니 더욱 풍성한 리뷰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마녀 위니의 양탄자>는 마녀 위니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다.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마녀 위니의 생일파티>에 이어서 보면 좋을 듯하다. 마녀 위니의 생일날 동생들이 선물해준 마법의 양탄자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니 말이다.
마녀 위니네 정원에서 시끌벅적했던 생일 파티가 끝나고 위니는 파티에 참석해준 지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동생들에게는 어떻게 편지를 써야할 지 난감하다. 동생들이 선물해준 양탄자가 실은 골칫덩어리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워낙 제멋대로라서 여기저기 사고를 치는 통에 꽁꽁 묶어 청소함에 넣어두고 자물쇠로 잠가버렸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동생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양탄자가 마음에 든다고 편지를 쓰기로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양탄자를 꺼내 본다. 우편배달부가 와서 마녀 위니가 잠깐 문 밖에 나간 사이 오전 내내 나비를 쫓느라 몹시 피곤한 윌버가 들어와 양탄자 위에서 잠이 든다. 사뿐히 날아오른 양탄자, 윌버를 태운 양탄자는 질주를 시작한다. 빗자루를 타고 양탄자를 뒤쫓는 위니와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마녀 위니 시리즈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마치 색깔을 쏘아대는 대포마냥 요술지팡이의 궤적을 따라다니던 붓의 움직임이 양탄자를 쫓아서 도심 하늘에 어지럽게 그어대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결국 결정적 주문으로 고양이 윌버를 구출하고 양탄자를 꽁꽁 묶을 수 있게 된 마녀 위니는 골칫덩어리 양탄자를 어찌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나무 사이에 튼튼하게 매달아 흔들침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마지막 장면…흔들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녀 위니 옆에서 흔들침대를 톡 건드려 뒤집을 작정을 한 듯 짓궂은 표정의 꼬마가 보이는데 마녀 위니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는 전 세계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코키 폴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 <마녀 위니> 이후 모든 시리즈의 앞 뒤 표지 안쪽은 마녀 위니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그려서 보내온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는 것은 위니의 이야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마녀 위니의 새 컴퓨터>의 뒤표지에 ‘마녀 위니가 등장하는 또 다른 작품’을 수수께끼처럼 언급했는데 이 또한 위니의 팬이라면 <샌지와 빵집 주인>을 바로 떠올릴 것이다. 전설의 도시 후라치아에서 펼쳐지는 샌지의 이야기 속에서 위니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마녀 위니 시리즈와 나란히 꽂아두고 즐겨보는 책이다. 물론 눈치 챘겠지만 마녀 위니 책에서도 샌지를 간간이 만날 수가 있다.
자, 이렇게 마녀 위니의 아홉 번째 이야기까지 모두 읽었다. 숲 속 까만 집에서 까만 고양이 윌버와 사는 마녀, 마법 주문책, 요술지팡이, 하늘을 나는 빗자루, 마법의 양탄자…아이들의 빛나는 상상력과 무한한 모험심에 날개를 달아줄 소재로 이만큼 완벽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번개 모양의 흉터가 이마에 새겨진 열한 살 소년 해리 포터를 만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마녀 위니는 단연 으뜸이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