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만남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6월 3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동원 책꾸러기 추천 도서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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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 아빠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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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의인화 한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보잘것없어 보이는 막대기에까지 생명을 불어 넣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책을 들었다. 가장 먼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눈 내리는 겨울,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막대기 아빠의 모습이다. 아주 밝은 모습으로(머리의 나뭇잎도 아직 시들지 않은) 어디론가 뛰어가는 막대기 아빠.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책은 막대기 아빠의 긴 여정을 보여준다. 어느 날 아침 막대기 아빠는 운동을 하러 나섰다가 강아지에게 물려 간다. 강아지는 막대기 아빠를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막대기 아빠는 자신이 막대기 아빠임을 크게 외치는데 아무도 그것을 몰라준다. 간신히 도망쳤지만 아이들에게 붙잡히고 백조에게 붙잡힌다. 둥지가 되었다가 깃발이 되었다가, 눈사람의 팔까지 되어 버린 막대기 아빠. 막대기 아빠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눈 속에서 정신을 잃고 땔감이 되어 버린 막대기 아빠 앞에 한 신사가 나타나는데, 그건 바로 산타클로스. 막대기 아빠는 산타클로스의 일을 도와주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즐겁게 눈밭을 뛰어 가는 모습은 집으로 가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글과 그림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림으로 말하자면 막대기 아빠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서 좋았다. 막대기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신선한데, 막대기 가족과 집이 아주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예를 들면 막대기 가족의 집에 막대기 아빠와 엄마의 액자가 걸려 있고, 막대기 아이들은 나뭇잎을 덮고 자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다. 작품 안에 막대기 가족의 생활이 충분하게 재현된 것이다. 그래서 허구인줄 알면서도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또, 막대기 아빠가 여러 모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백조의 둥지 속에서, 모래성에서, 눈사람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막대기 아빠를 찾아보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있다. 막대기 아빠는 머리카락이 나뭇잎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막대기 아빠의 머리카락도 단풍이 들었다가 떨어진다.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애정을 쏟은 작가의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에서는 더 많은 기쁨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은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아빠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시종일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막대기 아빠를 통해 가족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막대기 아빠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긴 시간동안 가족을 생각하며 어떤 어려움도 견딘다. 자기의 역할은 ‘막대기 아빠’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고, 책임감 있게 모든 일을 감당하는 아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만남’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시 만남’이다. 작가는 아빠의 존재를 없애버림으로써, 부재 속에서 상대의 존재를 생각해 보게 한다.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어떤 것일까. 빈 공간을 채우고도 남을 만한 것이다. 꼭 가족이란 주제 아래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가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은 각자의 여정을 거쳐 만나게 되는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아주 작은 사물일지라도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세상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가슴 따뜻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