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그 자체인 그림책, 내가 원하던 바로 그 것!!!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87 | 글, 그림 클로드 퐁티 | 옮김 윤정임
연령 7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11월 2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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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가정이지만 어린 시절에 그림숙제를 앞에 두고 울기 일쑤였던 나를 격려해주셨던 스승을 만났더라면 지금처럼 아이에게 양 한 마리 그려주는 것에도 바짝 긴장해야 할 정도로 아주 바닥을 기는 실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열심히 그림을 좀 배워서 멋진 그림책을 한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물론 너무나 엉성한 가정이다. 그림은 접어두고 그럼 글 솜씨는 자신 있다는 소리냐는 아주 건방진 가정이다. 그림 작가에 따라서 글의 분위기가 옷 갈아입듯 바뀌는 것보다 자신의 글을 자신의 그림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는 동화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그림만 봐도 금방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작가들을 부러워한다.    


50개월이 다 되어가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 보기 4년이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 지금까지 읽은 그림책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은 거의 두 종류 중 하나에 속한다. 따스하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과 상상과 모험의 세계를 다룬 환상적인 그림책. 한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 후자에 속하는 환상적인 그림책의 최고봉을 만났다. 클로드 퐁티의 <조르주의 마법 공원>, 물론 앞으로도 내가 만나보지 못한 많은 작품들 중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책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선 출간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콜린 톰슨의 신작들이라면…하고 잠시 생각해보지만 당분간 그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을 듯하다. 한마디로 놀랍다. 풀어내는 이야기가 놀랍고 그 이야기와 완벽하게 한 몸을 이루는 그림은 정말 환상적이다. 


우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둥근네모 알베르 공원’이라는 신비한 공간의 중심에 있는 조르주 르방이라는 긴 의자다. 이 공원에만 들어오면 누구나 어린 시절 자기가 좋아했던 인형으로 변하는 신비한 공간이다. 해가 뜨기 전 새벽 4시 25분을 시작으로 정오와 자정을 지나 다음날 새벽 4시 1분까지의 조르주 르방을 중심으로 한 공원의 모습을 스케치하듯 이야기한다. 실질적으로 하루 동안의 시간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대대손손 내려오는 조르주 르방의 집안 내력들을 들을 수 있고 조르주가 ‘둥근네모 알베르 공원’에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또 조르주 르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역정과 모험담과 감동적이고 위대한 사랑을 목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떠난 시각 공원을 물들이는 신비한 존재들의 이야기와 외계의 xXx(‘이이이히’라고 발음해요.) 행성에서 우주선을 타고 왔다가 우주선을 타지 못하고 공원을 배회하고 다니는 크자르부르그를 매장면마다 찾아보는 놀이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 책의 리뷰에서 줄거리는 최대한 간략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을 만나 그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설레는 초보여행자들의 재미를 빼앗고 싶지 않은 한발 먼저 앞서 지나온 여행자들의 암묵적인 공모랄까…^^ 책장에 꽂을 수도 없을 정도로 시원스럽게 큰 판형에다 환상적인 섬세함으로 꽉 찬 그림과 그림책임을 감안할 때 40쪽 정도의 엄청난 글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연령대에 추천하고 싶다는 책의 외향적인 정보만 추가한다.


이 책에 매료되어 클로드 퐁티의 <나의 계곡>과 <끝없는 나무>도 서둘러 구했다. 역시 환상적으로 멋진 작품들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의 하나의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출간된 지 50년도 훌쩍 넘은 판타지들을 이제 와 접하면서 감탄하지만 이런 문화적인 컨텐츠가 풍족했던 토양에서 자라 이렇게 멋진 그림책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세계가 부러울 뿐이다. 나 어릴 때만 해도 조잡한 삽화에 그것도 제멋대로 각색한 명작동화와 전래동화가 거의 전부였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읽으며 자라게 될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클로드 퐁티 같은 작가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