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의 주인공 ‘셜록 홈스’를 다시 만나게 돼서 기쁘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홈스는 코난 도일의 책에서 나오는 셜록 홈스와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홈스의 친구이자 조수로서 홈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왓슨 박사의 이미지는 더더욱 달라졌다. 이 책에서는 거의 활약이 없다.
책의 서문을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도 아주 재미있다. 셜록 홈스가 명탐정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구축하게 된 것은 홈스의 집이 있었던 베이커 가에서 홈스의 수사를 열정적으로 도왔던 ‘베이커 가의 소년 탐정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 그들의 얘기가 책에 쓰여지지 않은 것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홈스의 전기작가였던 왓슨이 홈스의 활약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들의 얘기를 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소년 탐정단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껏 읽은 서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었다. 이 책은 반드시 서문을 읽어야 한다.
베이커 가의 소년 탐정단은 베이커 가의 버려진 공장에 사는 고아 소년들로서 평소에는 길에서 노래를 부르고 구걸을 하지만, 홈스가 사건을 맡게 되면 홈스의 정보 수집원이자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보수를 받는다. 그 중 오스굿은 대서소 견습생으로 일하는데, 우연찮게 소년 탐정단의 리더인 위긴스를 만나면서 정식 소년 탐정단이 되어 틈나는 대로 홈스의 일을 돕는다. 위긴스는 오랫동안 거리의 생활을 해서 배짱도 두둑하고 지도력이 있어 탐정단의 지도자 역할을 하며 홈스와의 연락을 책임진다. 이밖에도 덩치는 크지만 착한 인도 소년 로한, 다친 오스굿의 다리를 직접 꿰맬 정도로 독한 아이인 엘리엇과 꼬마 알피가 있다.
이번에 소년 탐정들이 해결해야 될 사건은 서커스 공연 도중에서 공중에 매어진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공연 중이던 곡예사 가족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홈스는 소년단원들에게 서커스단에게 가서 여러 정보들을 수집해 올 것을 요구한다. 조사 결과 이 사건은 모리아티라는, 셜록 홈스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희대의 악당에 의해 조종된 영국 왕실의 보물 도서의 도난 사건과 연계돼 있음이 드러난다. 홈스도 대단한 탐정이지만 오스굿 역시 놀랍다. 오스굿이 없었더라면 홈스는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년 탐정단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추리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스릴이 넘치며 작은 반전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아주 재미있다. 정말 손에 들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다. 배경이 된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고 책 뒤에 실린 ‘탐정 지망생을 위한 이론과 실기’라는 도움말도 재미있고 유용하다. 아무래도 올 겨울엔 추리소설 붐이 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