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으로>
이 책은 좀 특별한 책입니다.
작은 소녀가 나오는 좁고 기다란 모양의 책이지요.
그리고 좁고 기다란 모양의 책은 이 소녀의 거울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웅크려 앉아 있던 소녀는
자신과 똑같은 다른 소녀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지요.
하지만 이내 서로 똑같은 장난을 치며 하나가 되어갑니다.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은 무척 즐겁습니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서로 사라지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지요.
그리고 다시 둘이 되어 나타납니다.
하나였다가 분리가 된 둘은 이전과는 달라지지요.
거울 안쪽과 바깥쪽의 위치도 바뀐 듯 합니다.
그리고 두 소녀의 동작은 처음처럼 하나의 동작으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거울 안 소녀의 동작이 하나 늘어나면서 거울 밖 소녀의 동작보다
한 템포 늦어집니다.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닌 소녀에게 본래의 작은 소녀는 화가 납니다.
그래서 밀쳐내고…깨어진 거울 앞에서
다시 처음의 작게 웅크린 소녀로 돌아갑니다.
글자가 없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책의 여백속에 다 들어 있는 듯 합니다.
거울은 많은 것을 비추고 비추인 대상에 따라서 상이 전부 달라지는 것처럼…
이 책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전부 다른 이야기를 가져갈 듯 합니다.
처음엔 한 소녀의 실패한 자아찾기의 이야기로 읽혀졌지만,
다시 두고 보니, 꿈이나 환상속에서 깨어나야 하는 아이의 비극으로 읽혀지기도 합니다.
또 다르게 읽어보면…
거울 속 상상의 세계를 꿈꿀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 눈엔 이 책이 어떻게 읽혀지고 있는지…
그 때 그 때 물어보고 나눌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