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네 병아리들

시리즈 수학 그림동화 6 | 이범규 | 그림 민정영
연령 4~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11월 25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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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건 늘 기쁨이고 놀람의 연속이다. 아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내 아이의 말 한마디,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는 다른 집 아이들이 하는 행동과 달리 더 어여쁘고, 진한 감동을 준다. 품안에서 엄마 젖을 열심히 빨 때도, 기저귀에 푸지게 똥을 싸놓았을 때도, 알아듣지 못하는 옹알이를 하며 입을 벙긋거릴 때도, 번개(?)처럼 몸을 굴려 뒤집을 때도,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천사가 따로 없다 싶을 그 때에도…

 

엄마아빠를 ‘엄므, 압빠’하고 부르며 말을 시작하면 엄마는 하루 종일 지치지도 않고 아이에게 말을 걸고, 아이의 말에 멋대로 해석하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걸음마를 시작해 계단이라도 올라갈라치면 그 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아이에게 하는 말, “하나, 두∼울, 세∼엣….”

 

이렇게 날마다 감사하며 기뻐했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딸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2학년으로 쑥 자랐다. 이제는 누가 나이를 물으면 통통한 손가락 3∼4개를 펴 보이며 세 살, 네 살 하고 말하는 시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지만, 귀엽고 예쁜 아이들 그림책을 보면 늘 아이의 어릴 적 생각이 나서 한 번씩 들춰보게 되고, 이제 우리 아이에겐 필요 없지만 곧 태어날 막내 조카를 위해 책을 준비하곤 한다.

 

「꼬끼오네 병아리들」 역시 아이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학 그림동화인데,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용인지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만든 책이다.

 

꼬꼬댁이 낳은 알을 보고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아가는 눈도 없고 코도 없고 이상해요.”하고 말하자, 꼬끼오가 웃으면서 “걱정 말고 어서어서 열심히 낳아요.”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모습이 “이 험악한 세상에서 어떻게 아기를 낳아 제대로 키울 수가 있겠어?”하며 불안해하던 내게 괜찮다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주던 남편을 닮은 거 같아 고마운 마음이 스친다.

 

‘한 개를 낳고, 세 개를 낳고, 또 세 개를 낳고, 두 개를 더 낳고, 마지막으로 한 개를 더 낳았으니 알은 모두 몇 개일까?’ 이 부분을 읽으며 열심히 손가락을 접을 아이들이 눈에 그려져 웃음이 난다. 그리고 뒷장을 펼쳐 꼬꼬댁의 깃털을 들어 올리면 따뜻하게 품고 있는 열 개의 알이 보인다. 스물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나고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꽃밭으로 산책을 가며 쫑쫑쫑 모여들 때, 밥 먹고 물을 마실 때, 무서운 솔개가 나타나 다급하게 엄마 품으로 숨어들 때, 병아리들이 다 자라 돋은 볏으로 암탉과 수탉으로 나뉠 때까지 반복적으로 숫자 세기를 하며 숨은 병아리와 닭들을 찾아 책을 살펴보는 동안 아이들은 열심히 손가락을 접고 펴겠지?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으로 알과 병아리, 어른이 된 닭의 숫자를 더해보는 나를 발견하고 또 한 번 웃음 짓게 만든 「꼬끼오네 병아리들」, 나처럼 아이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며 하나, 둘을 날마다 외칠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고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을 사랑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