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카 나오의 『달려라, 세나』는 씩씩한 동화다. 스스로 편견의 틀을 넘어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작은 소망을 이루어가는 이 동화는 ‘꿈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이의 시선으로 차분하게 그려내며 마음속의 열정을 밀도 있게 그려 낸다.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현실과 꿈의 간극은 크다.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독자들이 받는 감동의 크기가 결정되는 것 같다. 이 책은 달리기를 사랑하는 세나가 육상부를 살리려는 노력을 통해 도전하고, 패배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책 표지에는 달리는 세나의 모습이 활기차게 그려져 있다. 도대체 세나는 왜 저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달리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세나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엄마와 둘이 사는 세나는, 가끔은 친구 같은 엄마가 좋기도 하지만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하다.(여기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차이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가족이지만 어느 정도 객관적 거리감을 유지하는 부모와 자녀사이의 관계가 신선했다.) 엄마는 학원 강의를 하며, 번역을 하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바퀴벌레가 무서워 저녁에는 결코 혼자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 연약한 모습도 보인다. 세나와 엄마는 둘이라도 행복하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싶은 세나의 마음은 점점 커져 간다.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 걸까? 아빠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는 걸 알만큼 세나도 컸다. 고통을 받을지라도 진실을 대면하고 싶다는 세나의 강렬한 소망은 결국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 안에 세나가 처한 상황, 그러니까 의욕만 앞서는 초짜 선생님 도키린코 선생님 반이 되고, 이상한 아이들과 모둠이 된데다, 육상부까지 없어지게 된 상황이 얽혀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세나의 불행하기 그지없던 학교생활은 다른 친구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며 새롭고 흥미진진한 생활로 바뀌게 된다.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여자처럼 행동하던 오카마치나 어수룩한 뚱보 다나카, 공부밖에 모르고 자기 밖에 모르는 까칠한 반장, 행동으로 노력하는 본보기를 보인 도키린코 선생님까지. 이 책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그 순간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세나가 또 발견한 것은 자신이 누구보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하고, 지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 6학년에 뛸 시합을 기대한다. 세나가 꿈꾸는 트랙은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리고 그 빛은 다름 아닌 세나가 만들어낸 빛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꿈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이 책은 잘 말해 준다. 또 작가는 아이들의 심리와 생활을 아주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문학적으로 사건화 할 줄 안다. 그렇고 그런 스포츠 동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편견을 깨트려 준 책이다. 아이들이 뿜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