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가 사라진 수수께끼의 비밀은?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9월 10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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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탐정의 사건노트 1 – 그리고 다섯 명이 사라졌다>는 비룡소에서 새롭게 시작한 ‘오랑우탄 클럽’ 1권으로 어린이 추리소설이다. 시리즈 이름이 ‘오랑우탄 클럽’이라니, 무언가 엉뚱하면서 기발한 내용이 튀어나올 것 같아 소설을 읽기 전부터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재미 만점이었다. 

유령의 집이라 불리는 낡은 양옥집에 자칭 명탐정이라는 유메미즈가 이사 온다. 대학에서 논리학을 가르치는 전직 교수였다는 그에 대해 ‘나’는 3일 동안 방문한 끝에 명탐정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유메미즈는 3일 동안 찾아온 ‘나’가 한 사람이 아닌 세 쌍둥이였다는 것을 사실을 밝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세쌍둥이 중 첫째는 이와사카 아이로 책을 좋아하고 차분하며 시력이 좋고, 둘째 마이는 활기차고 운동능력이 뛰어난데 시력이 나쁘다. 그리고 셋째 미이는 왼손잡이로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대신에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것을 좋아한다.

며칠씩 밥 먹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상식이나 예의와는 거리가 먼 명탐정 유메미즈와 열세 살 세쌍둥이 자매는 여름방학 때 새로 개장하는 놀이공원인 오뮤라 어뮤즈먼트 파크에 놀러간다. 그곳에서 은빛 눈동자를 가진 백작이 공중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오노 미사를 사라지게 하자 공원 안은 혼란에 빠진다. 게다가 백작은 전광판을 통해 앞으로 네 사람을 더 사라지게 하겠다고 예고를 하고, 사건에 흥미를 느낀 유메미즈는 명탐정인 자신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예고한 대로 천재 체조선수 다카하시 신이치, 천재 모형 제작자 가토 가즈오, 천재 바둑기사 스즈키 도모코에 이어 백작 자신마저 수많은 관람객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사건을 해결해야 할 유메미즈는, 사건의 키워드가 ‘여름방학’이라느니 ‘수동태와 능동태’가 힌트라느니 하는 말만 던져놓고는 도무지 수수께끼를 풀어주지 않는다. 결국 개학을 앞두고 사라졌던 네 아이들이 다시 나타나자 드디어 유메미즈는 백작이 어떻게 네 아이를 사라지게 했으며, 백작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들려준다.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동화였다.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온종일 잠만 자면서도 식탐이 많은 명탐정과 각각 다른 장기를 갖고 있는 세쌍둥이라는 개성적인 인물, 흥미롭기는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범죄와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는 전개 등 아이들이 읽는 추리물로는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세쌍둥이가 유메미즈에 대한 관찰을 시작했을 때 눈치 빠른 독자라면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백작의 정체와 사건의 동기도 어느 정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지만, 문제는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있다고 본다. 바로 여기에 사라진 아이들의 비밀이 있고, 유메미즈가 비밀을 풀었으면서도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메미즈가 사라진 아이 사건을 푸는 힌트로 던진 ‘여름방학’과 ‘능동태와 수동태’는 사건의 진실을 한 눈에 보여준다. 자신의 아이가 사라졌는데도 아이의 안전보다 코앞에 다가온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학원에서 학원으로 옮겨 다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와 일본의 거리는 상당히 가까워 보이는데, 천재라는 이름에 갇혀서 아이다운 즐거움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아이가 과연 얼마나 행복할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유메미즈가 비밀을 감추어준 덕분에 처음으로 신나는 여름방학을 보냈을 네 아이들을 생각하면 즐겁고, 경찰을 무시하는 상식 밖의 발언에 화를 내는 경감과 유메미즈의 위태위태한 협력도 재미있다. 일본에서는 이 시리즈가 아이들이 스스로 용돈을 모아 사 보는 인기 동화가 되었다는데, 이제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자신의 용돈을 들고 서점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