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사랑이 절실했던 아이 히르벨

연령 11~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1년 3월 7일 | 정가 6,500원

이렇게나 불행한 아이가 있을까? 책을 다 보고 나니 제목이 더욱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치 ‘나는 히르벨이다!’라고 절규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 하지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을 수 없었던 슬픔과 절망이 느껴진다. 세상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했던 아이였다.

  히르벨은 도시 변두리에 자리 잡은 시립 아동 보호소에서 사는 아이다. 나이는 아홉 살이지만 키는 여섯 살밖에 안 돼 보이고, 태어날 때부터 끔찍한 두통을 앓고 있다. 또한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할 줄 모르고, 그래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행동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는 위탁가정에도 몇 번 보내지지만 번번이 시립보호소로 되돌아오게 된다. 히르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그 애가 어떤 애인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다 한 번 그의 엄마가 면회를 오곤 하지만 그 애를 좋아하는 친구도, 선생님도 없다. 다행히도 새로 부임한 마이어 선생님만이 그를 예뻐해 주고 그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음을 알게 된다.

  히르벨이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는 못해도 그가 얼마나 사랑을 갈구했는지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새로 오신 마이어 선생님의 관심을 끌려고 엉뚱한 짓을 한 것, 소풍 갔다가 길을 잃어 양들 사이에 있었을 때 히르벨을 안고서 보호소까지 데려다 준 아저씨의 품을 무척이나 따뜻하고 느꼈고, 그 후 양들을 사자라고 꾸며대면서 그 일이 무슨 자랑거리도 되는 양 두고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 또 보호소 아이들을 진찰하러 오신 의사 선생님의 눈에 들어 그 집에 가고 싶어 꾀병을 부리는 일 등을 보면 히르벨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의 그런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한 위탁 가정에서는 머리는 너무 아파 어찌 할 수가 없자 이마를 마루에 찧는다. 그런 그를 보고 위탁 가정의 아버지는 이상한 아이 취급을 한다. 보호소 아이들도 그렇고 반주자 선생님도 히르벨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다행히도 히르벨에게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었다. 히르벨은 악보를 볼 줄도 몰랐고 가사도 외줄 몰라서 모르는 가사는 랄랄라로 부르곤 했지만 노래 부를 때만큼 머리의 아픔도 잊을 정도로 행복해 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삶을 오래 지탱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자신을 온전히 남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온전히는 아니어도 세상 사람들이 그럭저럭 서로를 이해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우리 모두가 울고 웃으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히르벨처럼 아직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법이 미숙하고 세상으로부터 이해를 받아보지 못한 아이라면 그 마음이 어떨까? 우리 아이들은 사랑받는 것을 먼저 배우면서 자란다. 그런데 이 아이처럼 사랑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어떨까? 세상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자신을 온전히 자신대로 봐주지 않는 세상이 말이다.

  히르벨도 나름대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했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정작 내 얘기만 하느라고 옆의 사람의 이야기나 간청을 듣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마음 속의 이야기를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해 몹시 힘들어한 작은 소년 히르벨의 애처로운 몸짓이 느껴져 마음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