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 대해서도 내용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모른다. 정확히 아는 것은 제목 하나. 그러나 그 제목 하나만으로도 꼭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 있다. 내게는 『서쪽 마녀가 죽었다』가 그런 소설이었다.
서쪽 마녀 하면 먼저 오즈의 마법사가 떠오른다. 도로시 일행이 찾아 다녔던 서쪽의 착한 마녀. 그 서쪽의 마녀가 ‘죽었다’는 간명한 서술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별다른 요란을 떨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의 마음에 궁금증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서쪽 마녀가 죽었다고? 왜?
주인공 마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또 평범한 열네 살 여자 아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중학교에 입학한지 며칠 되지 않아 무작정 등교 거부를 선언 했다는 것. 상급 학교로 진학할 때뿐만 아니라 매 학기 초마다 반복되는 여자 아이들 사회의 교묘한 편 가르기. 아이들 사이의 편 가르기에 동조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 학지 동안의 순조로운 교제를 위해 어울려야하는 것에서 오는 피곤함. 그런 유형의 편 가르기가 비굴하다고 느낀 마이는 조용히 등교를 거부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회피하려 한다.
그런 마이를 다그치지는 않지만 그대로 두고 볼 수도 없는 부모는 마이를 서쪽 마녀, 할머니의 집으로 보낸다.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가장 좋아했던 마이도 대찬성이다. 그렇게 시골로 내려가 할머니의 품에서 쉬게 된 아이는 자기 집안의 혈통이라고 할 수 있는 마녀 기질을 알게 되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마녀 수행을 한다.
말이 마녀 수행이라고 하지 사실은 바른 생활 습관 다지기에 지나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돌보는 기술을 연마하는데 집중하는 아이. 수행이랍시고 명상을 하며 허송세월을 했다면 마이는 오히려 힘든 학교생활에서 도망쳐 왔다는 쓸데없는 자괴감으로 괴로워하는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까. 스스로의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작은 자부심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야 말로 마이에게 필요한 단련이었다.
이 소설에는 소외된 현실에서 눈을 돌려 버린 마이를 타박하고 멈추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몰아붙이는 어른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깨끗한 자연, 성숙한 인격체와 소통해가며 마이는 쉽게 포기 하지 않는 아이로 성장해간다. 나는 그런 마이가 ‘너 잘되라고 하는 그 잔소리를 주렁주렁 늘어놓는’ 엄마 아빠를 가진 아이들보다 정신적으로 더 훌륭하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