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는 작가 이름을 보고 고르게 된 책이다. 『오이대왕』『깡통 소년』등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책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앞에 언급한 두 작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이 책에서도 뇌스틀링거의 재치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재치가 가장 빛나는 부분은 캐릭터에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있고 짝발인 것까지 똑같은 요켈과 율라라는 캐릭터가 서로에게 끌리고, 우정을 쌓아나간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같음과 다름을 인식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즐기는 아이의 모습이 천진난만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해’와 ‘관용’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 둘에게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예를 들면 요켈은 남자이고 햄스터를 기르고 동생과 부모님, 할머니와 함께 산다. 예리코는 여자이고 강아지를 기르며, 부모님과 헤어져 할아버지와 산다. 처음에는 공통점만을 보며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 했지만, 차츰 서로의 다른 점도 알아가고,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즐거워한다. 뭐든지 둘이 ‘나눠 가짐’으로써 서로에게 없는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둘의 모습은 재미있으면서도 믿음직스러운 데가 있다.
사실 아이들의 사회에서 친구라는 존재는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뭐든지 친구와 함께하고 싶고, 친구와 같아지고 싶어 하는 욕망이 거세게 작용하는 때인데 이 책의 주인공들도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게도 하며, 아이들의 그런 생각과 행동이 차츰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상상력으로 집을 짓기 이전에, 현실의 아이들을 충분히 탐구한 것 같다. 그래서 당연하다고만 여겼던 아이들의 모습이 문학적으로 드러나니 낯설게 보이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 물론 유머러스한 필치로 개성 있는 인물들을 잘 표현해낸 것도 장점이다.
요켈과 율라가 처음 본 이후에 서로를 만나고 싶어 하는 애절한 마음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어른이 되면 친구가 되기 위해 순수한 노력을 들이기가 힘든 것 같다. 일상에 치여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간다는 것이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작은 사회를 함께 공유할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질리도록 자신의 것을 공유하며, 사고도 치고, 함께 울고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순수해서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유했으면서도 방학에 떨어져 있을 것을 생각하며 눈물 짓는 요켈의 모습은 또 얼마나 예쁜지. 요켈과 율라처럼, 예리코도 사랑에 빠져 자기 짝을 찾아 나서는 모습은 또 어떤가? 제 주인과 똑같으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귀여운 예리코는 독자를 웃게 만든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고민을 이끌어 낸다. 같음과 다름의 균형 속에 즐겁게 펼쳐지는 요켈과 율라와 예리코의 이야기는 어른과 아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의 한 장면이다. 뇌스틀링거의 작품 중에서는 모처럼 판타지가 가미되지 않은 작품인데, 현실의 즐거움을 아주 담백하면서도 달콤하게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