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연하게 집어든 책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굉장한 소설이었을 때, 나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나에게는 모리 에토의 『다이브』가 정말 뜻밖의 선물 같은 책이었다. 싱그럽고, 열정적이면서, 한없이 깨끗한 소설. 읽는 내내 긴장과 감동이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준다.
한 번 손에 들면 내려놓을 수가 없을 만큼 재미있는 이 소설은 다이빙이라는 스포츠를 다루고 있다. 다이빙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다루기 위해서 작가는 엄청난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것을 증명하듯이 다이빙 선수들의 두려움에서부터, 다이빙 선수들의 삶, 다이빙 시합의 성적 산출법 까지 내가 겪은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설명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묘사와 이야기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 청소년에 대한 애정과 진정한 스포츠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메달, 올림픽 그 모든 것을 떠나 자신의 틀을 넘기 위해 애쓰는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고민을 해결하고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
푸른 청춘들의 더 푸른 꿈과 노력은 여름 햇살처럼 눈부시다.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는지 자문하게 될 만큼 말이다. 다이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요이치와 전설의 다이빙 선수 오키쓰 시하라의 손자 시부키, 다이아몬드 눈동자를 지닌 도모키까지 세 주인공들의 땀방울은 보는 사람을 다이빙대로 몰고 간다. 그 아찔한 높이의 콘크리트 드래곤이 마치 나의 무대인 것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1.4초의 짧은 순간에 느끼는 그 복합적인 감정과 두려움, 실망, 그리고 쾌감까지 세밀하게 관찰하고 묘사하는 작가의 실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비록 그들의 작은 바다인 다이빙 풀에 아무도 관심이 없을지라도 그들은 꿋꿋이 그 풀로 뛰어든다.
어떻게 보면 다이빙 밖에 모르고, 함께 놀 친구도 없는 불쌍한 청소년들이지만 그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과 푸른 꿈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열어나가는 주인공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빈틈없이 잘 쓴 소설이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다이빙에 대한 마음만큼은 똑같은 세 명의 주인공들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까지, 어디 한 곳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권의 책을 읽어 내리는데 막힘이 없다. 의문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구상하고 썼기 때문이다. 구성은 어떤가? 도모키와 요이치의 이야기에서 시부키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이야기들이 제 자리를 잘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클라이맥스가 작품 내의 모든 사건을 하나로 묶어준다. 요이치는 SS스페셜을 해낼까? 시부키는 모두를 감동시킬 스완 다이브를 할 수 있을까? 도모키의 4회전 반은? 독자의 궁금증을 확실하게 해소해주면서 감동까지 주는 결말은 그저 눈부시다고 할 수 밖에.
‘우리’ 안의 바다를 생각해보게 하고, 그리로 뛰어들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부럽다. 꼼꼼히 취재하는 열정과 노력도 존경할만하다. 지금은 말문이 막혀 간만에 정말 굉장한 소설을 만났다고 밖에 말을 하지 못하겠다. 언젠가 힘이 들 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그 때에는 지금의 먹먹한 감동 외에 또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