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직역하자면 ‘내 인생에 입 맞추다’ 정도가 될 것 같다. 그에 맞춰 생각해 보면 ‘입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인생’, 혹은 ‘자기 인생에 입 맞출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 정도의 내용을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내용은 글쎄, 아마도 후자가 가까울 듯 싶다. 앞으로 이 책의 주인공 정하연은 앞으로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정하연은 학생 미혼모다. 남자 친구와의 의도하지 않은 단 한 번의 일로 아기를 갖게 된다. 하연은 처음엔 아기를 없애려고 했지만 초음파로 아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본 뒤론 생각을 바꾼다. 어떻게 하든 아기를 낳으려고 애를 쓴다. 집안 사정 때문에 끝내 엄마에게 알리지도 못한 채 친구들의 도움을 받다가 나중에는 미혼모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아이를 낳는다. 미혼모의 집에서 아기를 낳게 되면 대부분 아기를 입양해야 된다고 한다. 엄마가 아직 학생 신분이고 어린 나이이므로 경제적인 부분에서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아기를 낳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맺지만, 하연이의 태도를 볼 때 하연이는 아기를 끝까지 키울 것 같다. 자기의 기대와는 어긋난 삶이 되었지만 그런 삶도 과감히 입맞춤 하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로는 흔치 않는 소재이다. 하지만 결코 없지는 않은 얘기다. 아니 한번쯤 읽어두면 좋을 이야기다. 다만 하연이의 아빠가 너무나 무기력한 존재, 아니 딸들의 인생을 망치는 존재로 나온 것이 무척 안타까웠고 하연이의 문제가 다소 쉽게 풀린 것 같아 아쉬웠다.
하연이의 아빠는 한마디로 술주정이 심하다. 음주운전을 할 뿐만 아니라 술만 먹었다 하면 자존심 타령에 평소에 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내 온동네를 시끄럽게 할 정도다. 그런 아빠 때문에 하연의 언니가 가출했는데, 하연마저도 아빠 때문에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된 셈이다. 아빠가 이렇게 나쁜 존재로 그려져서 많이 안타깝다. 그러잖아도 가정에서 아빠의 역할이 많이 요구되는 요즈음에 아버지가 이런 형편없는 사람으로 그려져서 아버지의 위상이 더 떨어질까 걱정이다.
하연이 자기 인생에 다소 흠이 잡힐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소중한 생명인 아기를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고 낳기로 한 것은 백번 잘 한 일이다. 하연이도 처음엔 아기를 자기 인생을 망치는 존재로 여기지만 아이의 존재를 느끼게 된 뒤부터는 달라진다. 하지만 자신들이 아기를 위해 무엇조차도 해줄 수 없는 무력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 아이가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생겼더라면 축복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이에게 미안해한다. 이처럼 성에는 아기라는 소중한 생명이 결부돼 있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다만 이 책에서는 하연이가 친구들과 공공시설의 도움으로 쉽게 아이를 낳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학생 미혼모들이 그 과정에서 겪었을 가족들과 학교에서의 반응,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 등은 배제시킨 것이 아쉽다.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꿈꾸는 사랑과 그 한계, 그리고 책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사랑에도 때가 있음을 알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