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빨간색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머리를 빼꼼 내민 여자 아이가 중국 소녀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다.
’루비의 소원’이란 책 제목에서 연상되는 루비 보석의 빨간 빛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책을 펴면 중국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이라 그런지 좀 더 끌림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명을 보면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아하게 된다.
너무도 중국적인 분위기를 내뽐는 작품인데 저자가 중국인이 아니라니, 그럼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그림책이란 말인가? 갖가지 질문들이 머리를 스친다.
작가 프로필을 읽어보니 동양의 여러 나라를 여행한 저자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림을 그린 소피 블랙올은 이 작품을 통해 중국의 문화를 잘 나타내어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동양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특별한 인연이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야기로 들어갔다.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에 중국에서 캘리포니아로 금광을 찾아 떠났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커다란 집을 짓고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한 집안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빨간 옷에 빨간 리본을 하고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꼬마가 눈에 들어온다.
이 꼬마 소녀의 이름이 루비다.
빨간색을 좋아해서 루비라고 불렀다고 한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센 것이 이름 루비와 대조를 이루면서도 강렬한 빨간색과 잘 어울린다.
워낙 자식이 많고 넉넉한 집안이라 가정교사가 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하니 얼마나 부자였는지 짐작된다.
그런데 이런 풍경은 당시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주인공 루비도 그 속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
여자가 글을 배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였던 당시 중국의 시대 상황 및 문화 등이 잘 드러나있다.
이런 사회적 통념을 깨고 루비는 끝까지 공부를 한다.
이런 루비를 믿고 조용히 지켜본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다.
남자만 대학에 가서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던 당시에 당당히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루비가 꿈을 잃지 않고 키워갈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주는 이 역시 할아버지다.
여성 상위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들여다 본다면 아마 아주 옛날 이야기라 별로 재미가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깊숙히 들여다 보면 결코 옛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루비를 통해 들려주고자 한 이야기는 단순히 여성도 배워야 한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진정으로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꿈’이다.
꿈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처럼 루비가 꾸는 배움에 대한 강한 의지의 꿈이 결국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이야기가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더욱더 강하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루비의 소원은 단순한 소원이 아니었다.
모두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는 큰 소원을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