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빠 작!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천둥 소리가 마루 밑까지 쳐들어 왔거든.
무슨 소리야? 귀를 쫑긋 세웠지.
득이가 부럼 까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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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명쾌한 <누렁이의 정월 대보름날>
물론, 누렁이에게는 시련의 날이 될 하루다.
조상들이 보름달을 갉아 먹어 밤하늘을 어둡게 만들었으니 누렁이가 대신 정월 대보름에는 하루 종일 쫄쫄 굶어야 하기때문이다.
득이랑 가족들이 부럼을 깨물고, 할머니와 귀밝이술을 따르고, 맛있는 오곡밥에 나물에 배가 터지게 먹어도, 누렁이는 쫄쫄 굶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심술이 난 누렁이.
도끼 눈을 하고 쳐다보는 누렁이의 모습이 내겐 왜이리 귀엽게 느껴지는지..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면 안되는데 투덜거리는 누렁이의 말투도 귀엽고, 모습은 더더욱 귀엽다.
콧물 줄줄에 앞니까지 빠진 득이의 개구진 모습도 귀엽기만 하다.
어려서부터 정월대보름 하면 기억나는 것이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럼을 깨무는 것. 귀밝이 술은 아주 가끔 맛을 보았다. 정월대보름이 될때마다 빼놓지 않고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는데, 다른 세시풍속들이 또 뭐가 있더라? 하면 쉽게 떠오르는게 더는 없었다.
아! 딱 한번 해본 쥐불놀이!
초등학교때던가? 철사인지 끈인지 같은 걸로 묶은 깡통에 솔방울을 넣고서 불을 붙여서 휘휘 휘두르던 쥐불놀이.. 사실 아이들이 하는 불장난이 워낙 위험해서 보통은 못하게 하시는데, 세시 풍속이라 어른들이 계실적에 그 옆에서 할 수 있던 유일한 날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릴적 내 기억에도 무척 재미는 있었으나 직접 할 용기는 나지 않아서 남자애들 하는거 구경이나 하면서 “불장난 하면 요에 오줌싼대요” 하면서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짧게 기억나는 정월대보름의 풍속들이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풍속은 꽤나 많다.
그것도 지루하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귀여운 강아지, 누렁이의 시선으로 마치 하나의 동화인양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있어서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난 꼬마 독자들뿐 아니라 엄마 아빠들도 자연스럽게 세시 풍속을 꿸 수 있게 되어 있다.
더위팔기도 정월대보름에 하는 거였구나.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본적은 없던 것이어서 더 기억이 안났던 것 같다. 또 다리밟기, 제웅치기, 달맞이, 달집 태우기 등의 이야기가 더 나와 있었다.
누렁이가 흠모하는 예쁜 강아지 복실이와 함께 달나라 계수나무까지 달려보자며 힘차게 뛰어오르는 장면에서는 정말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쩌면 그림책 속 강아지들인데도 강아지 슈퍼맨 마냥 이렇게 해학적일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덮었는데도 강아지 날아오르는 장면이 떠올라 계속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보이는 것마다 강아지를 찾으며, “멍멍 멍멍”을 외치며 유난히 강아지사랑에 빠져 있는 우리 아기에게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아 좋아라 선택한 이 책은 엄마인 내 맘에도 쏙 드는 책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강아지가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강아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재미로, 이야기로 읽다가 소중한 명절의 세시풍속까지 꿰게 되는 일석이조의 그림동화책.
동화가 끝난 자리에는 알콩달콩 우리명절의 정월 대보름 편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더욱 좋았다.
앞서 미리 나온 세시 풍속 외에도 아홉차례, 밥 훔쳐먹기, 연날리기, 줄다리기, 용 알 뜨기, 청참 등의 풍속들이 추가로 나와 있었다. 특히나 청참과 용알뜨기는 듣는 것도 생소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청참은 정월 대보름 새벽에 길을 가면서 들은 첫번째 소리로 그 해의 길흉을 점쳐보는 풍습이라고 한다. 또 용알 뜨기는 대보름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와 운수가 좋아지기를 기원하는 풍속으로 대보름 전날 밤 용이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기때문에 그 알이 들어있는 물로 밥을 지으면 그해 자기집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한다. 용알을 먼저 떠간 사람은 지푸라기를 띄워 우물물에 표시했다고 하고 말이다.
누렁이와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정월 대보름의 참 재미를 깨닫게 되어, 나물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나물에 맛있게 밥을 먹게 될 것같고, 그동안 잊고 안해봤던 여러 놀이들을 가족들과 더불어 해볼 생각도 들게 될것이다.
소중하고 재미있는 동화책 한권으로 우리네 조상들의 문화와 풍속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