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나 명화에 대한 어린이 책들이 최근 들어 참 많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의 책들이 어린이들에게 명화를 이해시키는데 치중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조금 색다른 시도이다. 인류와 역사를 공유하며 살아왔고 인류의 미술에 꾸준히 나타난 동물들의 그림과 조형물만을 소개하고 있다.
연령이 낮은 어린이들에게는 단순하게 동물그림이나 동물형상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며, 좀 더 나이든 어린이들에게는 동물을 그리거나 조형물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창의적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책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책 뒤편에는 각각의 그림에 대한 시대적인 설명이나 미술사 속에서의 위치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예술가에 대한 흥미 있는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서 전문적인 단계의 지식까지 심화가 가능하다.
인류가 동물을 그린 것에 대한 논의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의 그림, 사냥기술이나 시기에 대한 지식 전수를 위한 방편,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심미적 만족 등등이다. 어떠한 이유이든 우리와 지구를 함께 쓰며 함께 살아오는 동물들에 대해 인류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예나 지금이나 미술은 늘 노아의 방주 안에 있다.’고 말한 프랑스의 소설가 에르베 바쟁의 말은 간결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예술 속에서 나타나는 생물들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기록이며,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앞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는 생물들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인간이 표현하는 대상으로서의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 또 다른 종으로서의 동물들에 대한 생각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면 더욱 의미 있는 책읽기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