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의 이 그림족자가 내게 있다면..^^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5 | 글, 그림 이영경
연령 5~7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6월 1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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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림족자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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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무슨 일에서든 절반 이상의 신뢰감을 깔고 대하게 된다. 작가들에게도 예외는 없는 듯하다. <아씨방 일곱 동무>로 눈여겨 본 이영경 작가는 앞으로도 그런 신뢰를 이어갈 것 같다. <신기한 그림족자>는 ‘규중칠우쟁론기’를 재구성한 <아씨방 일곱 동무>처럼 ‘전우치전’의 에피소드 한 토막을 그림책으로 엮었다. <신기한 그림족자>또한 동양화를 전공한 이영경 작가의 솜씨와 구수한 입담이 잘 살아있는 그림책이다. 내가 어릴 적에 읽었던 <전우치전>과는 정말 많이 비교된다. 요즘 아이들 이런 것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지? 전우치라는 인물은 조선시대의 도술가로 실존했던 인물이라 알려져 있다. 백성들을 현혹했다는 죄명으로 옥에 갇혀 죽었다는데 사후에도 도술가에 어울리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신기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이야기는 잘 알려진 바대로 전우치라는 선비도사가 아버지의 장례도 못 치루고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굶주림에 죽어가던 한자경이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전우치는 곳간 하나와 고지기 한명이 달랑 그려져 있는 족자를 주며 매일 고지기를 불러 한 냥씩 받아서 어머니 봉양하며 살아가라고 한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던 한자경은 고지기를 윽박질러 백냥을 내놓으라 하고 협박에 못이긴 고지기는 그림 속 곳간 안으로 한자경을 안내한다. 보물이 가득 찬 곳간에서 정신 못 차리던 한자경은 결국 그곳이 임금님 곳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도둑으로 몰려 곤장을 맞게 되는데 마지막 순간 전우치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니 전우치의 족자에는 고지기는 간데없고 곳간만 덩그러니 남아있더라…는 얘기다.


탐관오리들을 쥐락펴락 했던 전우치 이야기에 살짝 꼬집어 주는 장면이 빠지면 영 섭섭한데 이영경 작가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백성들은 찢어져라 가난했지만, 임금님은 엄청난 부자였거든.’ 라는 문장으로 깔끔하게..^^


2010년 올해가 백호랑이의 해라고 하는데 이 그림책의 첫 장과 후반부에 백호랑이가 아주 멋스럽게 그려져 있다. 신선과 호랑이를 함께 두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호랑이가 신의 뜻을 전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의 호랑이도 전우치의 곁에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특히 첫 장은 까치가 앉은 소나무 아래 호랑이, 전형적인 호작도 속에 선비도사 전우치가 앉아있다. 영물인 호랑이와 길조인 까치의 그림을 걸어두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던데 이 그림을 떼어내 집에 붙여두면 좋은 일만 듬뿍 생겨날 것 같고 그림 속 전우치가 튀어나와 한자경에게 선물한 족자 하나 건네주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전우치 도사님, 저는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그저 하루에 책 한권씩만 주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