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다.
띠지에는 ‘지붕킥’에서 나왔다는 홍보문구가 있는데,
나는 ‘지붕킥’을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 이 그림책이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알 지 못한다.
다만 내용을 떠나, 그림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듯하여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휴양지라.. 사람은 어떨 때 여행을 떠날까?
사람들과 어울려 떠나는 떠들썩한 여행도 좋고,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며 혼자 떠나는 여행도 좋다.
그렇지만 적어도 ‘휴양지’라고 하면 후자에 더 가까울 듯하다.
그림책 속 주인공(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이 떠난 이유도 그와 같다.
이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눈길을 끈다.
굳이 글이 없어도 이 사람들이 왜 이 마지막 휴양지를 찾아왔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하나 하나 보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가장 먼저 나에게서 사라진 것이 바로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어릴 때 읽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 진짜가 아니라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고,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사고의 틀은 경직되어
뭔가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을 떠올리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가 원하는 역할놀이를 할 때도 그런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
우리집 아이는 특히 토끼인형이나 마트로슈카인형, 도라에몽이나 방귀대장 뿡뿡이, 백설공주인형과 같은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갖고 와서 나에게 매번 다른 역할놀이를 하기를 원한다.
사실,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일 하다보니, 이제 이야깃거리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이는 여전히 샘솟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내 상상력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절감한다.
아이는, 하나의 경험을 통해 수십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이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그림책 속 화가가 갔던 마지막 휴양지에서, 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을 닮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주인공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찾아 왔다가 다시 떠난다. 그들만의 이야기를 찾은 것일까?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