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무료로 준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해서 신청을 했다. 운이 좋게 당첨이 되어 책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을 받아 들고 한 두어달이 흐른 것 같다. 리뷰를 써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책을 펼쳤는데 나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많은 성장 소설이 있고, 왕따에 관련된 책이 있지만 모두 뻔한 답을 제시하고 있어서 과연 정말 현실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현실감있게 다가갈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뒤집었다.
이 책은 한 반에서 벌어진 왕따 사건을 사회 선생님이 모의재판 형식으로 공개화시키면서 일이 시작된다.
왕따를 당한 아이비, 왕따를 시킨 인기짱 앤, 앤과 합세한 베니타, 소피, 똑똑하지만 나서고 싶지 않은 다리아, 정의로운 감각을 잃지는 않지만 관망하는 마르코, 증인으로 채택이 되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페이스, 상식대로 원칙대로 처리하고 싶으나 외면당하는 웨인….
재판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편의를 위해 진실을 부정하고, 부정되어지는 진실을 바라보며 각각의 아이들이 분노와 허탈과 세상살이에 대해 배워나가는 모습들이 진지하게 그려진다.
나도 읽으면서 답답해졌다. 마르코가 말한대로 아이비는 “단지 그 아이들이 사과하는 것과 자신을 내버려두는 것”을 원할뿐이다.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바램이 “재판”이라는 사회적이고 공개적이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현실이 아니기를…. 단지 소설이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회적이고 적법하고, 증거에 의해 판결이 되는 공정한 재판>이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재판을 피해가고 싶은 욕구때문에 진실을 외면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게 어른의 이야기였으면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은 정의롭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자본주의적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재판 과정 속에서 마르코나 다리아, 아이비, 캐머런 모두 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어갈 것임을 믿는다. 앤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끝나버린 재판을 보며 지금은 자신이 아무죄도 없는 것 같지만, 흔쾌하고 기쁘지는 않다는 감정에 대해 더 고민하리라 생각한다.
단지 왕따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이기적인 인간으로 길들여지고 있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책을 덮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