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솔이가 메밀 씨앗을 화분에 심었고, 그것이 싹을 튀우고, 어느새 꽃을 피웠다. 메밀 씨앗은 생각보다 커서 모양을 관찰하기가 좋았고, 물과 햇빛에 의해 쑥쑥 자라났다. 그것을 지켜 본 한솔이는 씨앗이 자라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면 나중에는 또 열매가 나고 다시 씨앗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로 수백번을 설명해주는 것보다 직접 해본 경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으로 알게 되는 자연의 순리도 있지만, 그림과 글로 표현된 책(지식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책과는 별개이다)을 통해 감성적인 면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다양한 책들이 있지만, 나는 이번에 이 책 [진짜 나무가 된다면]을 한솔이와 같이 읽었다.
처음에 한솔이는 제목과 새싹을 보고, “새싹은 진짜 나무가 되는데요.”라고 말하며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첫 페이지의 글을 읽고는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작고 여린 풀잎일지 아니면 씩씩하고 튼튼한 나무일지” 모르는 새싹. 새싹이 모두 나무일 수는 없다는 생각, 한솔이가 키운 새싹도 나무가 아니라 풀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나고 꽃이 필수도 있지만, 이 작은 새싹은 자신이 나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진짜 나무,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의 역할을 해낼 큰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햇살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진짜 나무가 되면, 외로운 사슴에게 어깨도 내어 주고, 둥지가 필요한 새들에게 겨드랑이를 벌려줄 거란다. 봄이 오면 알록달록 향기나는 꽃을 피워 여행을 보내기도 할거한다. 새싹이 꿈꾸는 미래는 그런 거였다. 크고 우람한, 나무가 되어 자신을 뽐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게 세상에 필요한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
땅위의 아이들이 걸려넘어지지 않게 뿌리는 땅속으로 내리고, 땅속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무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 되면 탐스러운 열매도 맺어주고, 단풍과 낙엽을 떨어뜨려 소리도 내어본다.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을 덮고 잠시 사라지겠지만, 다시 봄날이 오면 새순을 틔울것이다.
새싹이 가진 원대한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비록 새싹이 나무가 되지 않는다해도, 그 꿈만큼 세상을 또 아릅답고 멋지게 상상해낼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새싹의 꿈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줄 것이다. 한솔이는 이렇게 큰 나무가 되면 참 좋겠다고 말하며 책장을 덮었지만, 작은 새싹이 풀잎이 될 수도 큰 나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꾸는 꿈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들 말한다. 거기에 이 새싹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