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삐삐’ 시리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은실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물론 이 작품은 린드그렌 선생님 뿐만 아니라, 유은실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뒤 유은실 작가의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우리동네 미자 씨><멀쩡한 이유정>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린드그렌 선생님 못지 않게 유은실 작가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국기 소년>으로 제28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하고, <멀쩡한 이유정>으로 2010 IBBY 어너리스트를 수상한 유은실 작가가 처음으로 쓴 그림책 <심청전>은 어떻게 그려질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심청전>은 다양한 연령대에 맞게 재구성되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많이 출간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이다. 심청이의 효심이 강하게 드러나는 전래동화로 어린이라면 누구나 접하게 되는 작품 중의 하나인데, 사실 다양하게 출간된 전래동화 중에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전래동화의 내용에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과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왕이면 우리의 것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을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비룡소 전래동화>>는 ’우리의 것’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유은실 작가가 쓴 <심청전>에는 이야기 속에 우리의 문화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운율이 있는 시조를 첨가함으로써, 내용에 전래동화의 맛깔스러움을 담뿍 담아냈다.
닭아 닭아 울지 말라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는 건 서럽지 않지만
불쌍한 우리 아버지
누굴 의지하고 살아갈까
뿐만 아니라, 삽화 속에서 느껴지는 한국적인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빨강, 파랑, 검정 등 화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색으로 과감한 대비를 주었다는 홍선주님의 그림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복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다홍치마의 빨강과 색동한복의 예쁜 색감이 느껴지는 알록달록 어여쁜 색깔들의 조화가 맛깔스러움이 풍기는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전래 동화의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는 듯 하다.
비룡소 전래동화의 <심청전>에는 기존에 심청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효심’과 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심청이의 모습을 많이 두각시키고 있다.
청이는 자존심 센 소녀가 되었어.
바느질하고 길쌈하고 부지런히 일하며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갔지.
이는 권선징악, 효심으로 부각되어 있었던 기존의 전래동화와는 차별화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옛 이야기를 좋아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전래동화를 통해서 현 세대에 맞게 재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삽화 속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데, 예쁜 얼굴보다는 다부지고 당찬 모습을 많이 부각시킨 심청이의 얼굴이 부처님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이를 다시 만나게 된 아버지가 청이의 간절함에 눈을 뜨는 장면에서는 잔치에 왔던 모든 맹인들이 눈을 뜨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 있다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서 크게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은실 작가가 그려낸 <심청전>은 기존의 심청전과는 사뭇 다른 풍성함을 주고 있으며,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많은 작품이다. 그 어떤 작품보다 ’우리의 것’을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는 이 그림책은 심청이의 효와 더불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심청이의 다부지고 당찬 모습까지 엿볼 수 있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심청전’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