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통 그림책을 볼때 책 표지를 먼저 봅니다. 표지의 그림과 제목의 글씨체는 그림책의 이미지거든요.
책 표지를 보니 심청이의 얼굴이 뭔가 굳은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한 표정이네요.
그 마음이 어떨까 심청이의 눈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 싶은 마음, 눈먼 아버지를 두고 가야하는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이 책의 작가 유은실이라는 이름을 보고 왠지 낯익은 이름이다 생각했어요.
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작가였구나. 몇 년 전에 그 책을 재밌게 읽었거든요. 동화책이었는데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였어요. 동화책 쓰는 작가가 전래동화를 썼네. 어떻게 썼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우리집엔 큰아이가 5살 때 들인 전래동화 전집이 있어요. 다양한 글,그림작가가 쓴 책이라 우리 딸도 재미있게 보고 있고요. 비룡소의 심청전과 전집 안에 있는 심청전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답니다.
시중에는 한권씩 구입할 수 없는 전집에 들어있는 책, 한권씩 구입할 수 있는 단행본 전래동화의 차이를요.
우리 아이는 보통 새 책을 보게 되면 먼저 읽어버린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엄마가 소리내어 읽어주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네요.
이 책의 강점은 소리내어 읽어줄때 나타납니다. 입말의 느낌이 많이 살아있거든요.
엄마가 이야기해줄때 ~했어요. ~했습니다. 라고 하지 않듯이 이 책을 읽어주기 좋게 전개됩니다.
‘옛날, 금슬 좋은 부부가 살았어. 어느 날 엄마는 아기를 낳고 병에 걸렸지’하는 투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판소리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접할 수 있습니다. 청이가 아버지를 두고 뱃사람과 떠날 때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
불쌍한 우리 아버지
누굴 의지하고 살아갈까’ 하는 것처럼
청이의 노랫소리도 나옵니다.
청이와 아버지가 만났을 때 아버지가 하는 노래
‘둥둥 내 딸이야 얼씨구 좋다’하면서 노랫말이 나옵니다.
아이에게 읽어줄때 정말 아버지를 두고 가는 찢어지는 마음을 살려서 읽어준다면
아이는 실감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겠지요.
이 책의 그림 또한 글과 잘 어울립니다. 표지에 나온 장면처럼 느낌이 살아있어요.
아버지의 개천에 빠졌을때 스님을 만난 장면에서,
물에 젖은 아버지의 모습이 처량하고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쓸쓸했고요.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아버지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나무 밑에 앉아있는 아버지 뒤에 부처님 손바닥이 보이는 장면은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영화같은 풍경이었거든요.
삼백석의 쌀이 있어야한다는 장면에서는
삼백석에 해당하는 쌀 가마니가 그려져있고, 그 가운데 청이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디서 그걸 구해야하나 하는 청이의 모습이 담겨있었어요.
청이가 물에 빠져 연꽃이 인당수에 떠 있는 페이지에서는
커다란 연꽃 하나가 책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답고 고요한 모습이었어요.
6세 이상으로 되어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읽어주기 좋은 구어체 때문에
5살 아이에게도 읽어주면 좋은 책입니다.
집에 있는 전래동화랑 비교해도, 이 책은 심청전 단 한권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이네요.
이 책을보면서 작년 여름 큰아이이와 함께 국립어린이 민속박물관에 다녀온 게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는 전시인데, 방학 때 다시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직접 연꽃 모양의 놀이도구도 타보고, 왕비의 옷도 입어보고요. 바닷속의 느낌을 가져볼 수 있도록 볼풀에서 놀 수도 있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의 도구와 부엌도 구경했구요. 워크지도 있어서 우리 서연이가 재밌게 활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전래동화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체험전시도 자주 해보면 중요하겠고요. 엄마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잠잘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아이도 옛날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두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에 책도 읽어주고, 책 다 읽어주고 불끄면 아이들이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거든요.
그러면 예전에 동화책 읽다가 생각난 걸 이야기도 해주고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많이 외우지 않아서 해줄 거리가 많지 않네요. 지어내서 해주는것도 상상력이 부족해서 딸리기도 하고요.^^
이 책을 보면서 저는 좋은 그림책이랑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서 감동을 받을 수 있고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는 책
이어야 한다는 걸 느꼈네요.
좋은 그림책의 여러 조건 중에서, 심청전의 내용상 재미를 느끼거나 낄낄 웃으면서 보거나 하지는 않지만,
정말 아버지와 딸의 애틋한 마음,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을 마음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감동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글과 그림이 정말 아름답게 어울리는 책이었고요. 느리게 책 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 가능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