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우둔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페페가 어디 갔다 온건지… 어디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보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을..
그림보다는 내용을 읽으며 글자를 따라가기 바빴다.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는데…
표지를 넘기자마자 페페의 발자국이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책을 읽으면서 보면 곳곳에 페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새까만 아기 고양이 페페. 노랗게 반짝이는 두 눈은
“우아! 온통 신기한 것들뿐이잖아!” 라고 말하는 듯하다.
조금 전 까지 마당에 앉아있던 페페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한나와 팀은 페페를 찾아 나서는데…
거실소파 아래, 창문 커튼 뒤, 텔레비전 앞…페페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옷장 속, 빨래 바구니 안, 바닥에 놓여 있는 신문지 아래, 부엌을 가 보아도 페페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한나와 팀은 고양이가 된 것처럼 뭄을 웅크리고 살금살금 기어간다. 고양이처럼 폴짝 뛰어오르기도 하고 수염을 실룩거리며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지만 여전히 페페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 책은 숨바꼭질 놀이 같기도 하고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이기도 하다. 부엌에서 페페의 꼬리처럼 보여 찾아가지만 알고보면 빗자루..모자 속에 꼬리가 보여 가 보지만 모자에 달린 장식처럼 우리는 그림 속에서 페페의 모습을 찾기 바쁘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건 그림 곳곳에 페페의 발자국이 있어 페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우둔함 때문에 처음엔 발자국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페페가 된 것처럼 발자국을 따라 신나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