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피. 처음에는 특이한 제목 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책의 표지를 살펴보다보니 SF 미스터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SF라는 과학 공상에 별 관심이 없던 나로써는 그저 미스터리라는 부분에만 관심을 갖고 읽어야만 할 처지였다. 하지만 읽고 나니 생각이 너무 달라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나요?’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큰 질문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어떤 식으로 보면 제나의 부모님이 제나에게 한 일을 보면 제나를 위해서 한 일이 아니라 부모님 본인들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자신들의 제나를 보기 위해서 제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지만 제나의 입장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제나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부모라면? 우리 딸이 당장이라도 죽을 위기에 처해있다면? 살리고 싶다. 그렇지만 앞으로 살아갈 때 내 딸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보내주는게 더 나을 듯 하다.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자식들이 아픈 것 보다는 자신들이 아프기를 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종교가 있기에 내가 자식을 잠깐 못 보면서 아픈 것 보다는 그냥 내 자식이 조금 더 편하게 사는 게 나을 듯 싶다. 물론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뀌겠지만….
제나가 자신의 손안에 들어있는 그 존재라고 할 수 도 없는 것을 발견했을 때. 내가 그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화가 나기보다는 실망감과 당혹감, 무서움 등 여러가지 감정이 몰려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두뇌, 업로드된 두뇌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온 몸. 내가 누구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나 같으면 어떤 식으로 반응했을까? 화를 냈을까? 냈을 것이다. 울었을까? 울었겠지. 그리고 나서는? 공허함. 그 자체였을 것 같다. 텅 빈 상태. 어느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그냥 텅 빈 상태. 그 상태를 이겼을까? 제나처럼. 모르겠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