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새끼 동재와 기러기 아저씨의 가족 찾기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3월 10일 | 정가 15,000원
수상/추천 YES24 어린이 도서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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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다보면 내 아이가 곧 함께 섞이고 호흡해야 할 학교와 또래친구들에 대해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들이 긍정적인 희망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아이답지 않은 교활함이나 왕따나 폭력처럼 양심에 전혀 거리낌 없는 행동들로 심심찮게 거론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넘어서 불안하기까지 한 마음에 그래도 이런 아이들과 함께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 말이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소희 미르 바우가 그랬고, 이 책 「나는 뻐꾸기다」의 주인공 소년 동재가 그렇다.


동재는 여섯 살 때 엄마가 외삼촌 집에 맡겨두고 간 후로 엄마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이다. 한마디로 남의 둥지에 버려진 ‘뻐꾸기 새끼’다. 화끈한 성격으로 직설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외숙모와 조카를 데리고 사느라 왠지 외숙모에게 죽어지내는 것 같은 외삼촌과 마음 착한 사촌동생 연이와 달리 자신의 기분에 따라 퉁퉁거리고 괴롭히기도 하는 사촌형 건이 형과 함께 살고 있다. 동재의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동재를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지만 당사자인 동재는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당히 눈치도 보며 자신의 할 일도 척척 알아서 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이 건강한 아이다.  


동재와 우연한 일을 계기로 친하게 된 902호에 사는 아저씨는 아내와 두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술로 달래기도 하다 결국 병원신세까지 지게 되지만 동재에게는 본 적도 없는 아빠가 바로 이 아저씨였으면 싶을 정도로 따스한 친구 같은 사람이다. 물론 외삼촌네 식구들을 피해 비밀스런 공간이 하나 생긴 것이 반갑기도 하다. 동재에게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한 휴식과 같은 공간을 제공해 주고 양파가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로 동재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엄마의 주소를 알아낸 동재를 데리고 주소지인 부산까지 동재를 데려다 주며 동재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지만 사실 아저씨는 동재를 통해서 자신의 가족들을 제대로 바라볼 용기를 얻게 된다.


동재와 처지가 비슷한 또 한 명의 ‘뻐꾸기 새끼’가 있다. 동재의 반 친구 유희. 엄마가 일본남자와 재혼을 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다. 엄마가 남겨준 바이올린을 팔아 여비를 마련해 주려고 했던 마음이 따스하고 예쁜 아이다. 아마도 동재를 엄마와 만나게 해주면 언젠가 자신도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었던 듯하다.


“동재야,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유희 엄마가 재혼했다. 그래서 유희는 엄마를 보고 싶지 않다. 이 두 문장 안에 아주 긴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야. 너희 엄마도 그래. 오 년 동안 너를 버리고 연락도 안 했다. 알고 보니 그동안 재혼했다. 그 두 문장 안에 얼마나 길고 긴 이야기가 담겨 있겠니? 그 이야기들을 다 들어 봐야 우리는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어.”(192쪽)


그랬다. 동재 엄마의 그 두 문장 사이에는 아들을 오빠 집에 맡겨두고 힘들고 어렵게 살아야 했던 시간들이 있음을 동재는 알게 됐다. 그리고 아저씨네 가족이 서로 떨어져 지내고 있는 상황과 아저씨의 부인이 이혼을 원한다는 두 결정적인 문장사이에도 들어줘야 할 그리고 해야 할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음을 아저씨도 깨닫게 된 것이다. 결심하고 미국으로 가족을 만나러 간 아저씨는 다시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둘째 아들과 함께 귀국을 한다. 이제 아저씨는 ‘기러기 아빠’가 아니고 동재 또한 ‘뻐꾸기 새끼’가 아니다.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놓고 사라져 버리는 비정함의 상징인 뻐꾸기와 가족에 대한 정이 각별하다고 알려진 기러기를 대비시켜 정교하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탄탄한 구성으로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끌고 간 솜씨가 돋보인다. 그리고 동재의 시선에 담겨있는 긍정적이고 밝은 메시지는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그 시선이 닿는 곳마다 희망이 피어오르게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쉽게 덮어버리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감동과 여운을 주는 묵직한 작품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