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2월 10일 |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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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약간 축약된 번역본으로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아직 이 책을 읽기엔 너무 어렸는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아쉬웠는지는 몰라도 너무 지루해서 ‘도대체 왜 이런 책이 사랑받는 고전이지?’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하지만 완역본처럼 보이는 이 책을 읽으니, 그동안 내가 해저 2만리는 재미없는 책이라고 떠들고 다닌 것을 후회했다.『해저 2만리』도 쥘 베른의 다른 소설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굉장히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1866년,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다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산다는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가끔씩 항해하던 선박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는 괴상한 생물체. 이 일은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고 사람들은 여러가지 상상을 했다.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논쟁을 벌였다. 대부분의 여론은 그 괴물이 거대한 고래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공식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맨 먼저 미국이 그 ‘일각고래’를 사냥하기 위한 순양함을 만들어 원정을 나갔다. 그 순양함에는 이 책의 서술자인 파리 자연사 박물관 교수인 아로낙스 박사와 그의 시종 콩세유, 그리고 유명한 작살잡이 네드랜드도 탑승했다. 순양함은 한참 만에 고래를 발견하고 공격했지만, 도리어 고래에게 공격을 당하고 만다. 그 때 아로낙스 박사는 바다에 빠지고, 그를 본 콩세유도 따라 빠졌다. 그들이 살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자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네드랜드에게 발견되어 일각고래 위에 앉아있게 되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고래라고 믿었던 생물체는 고래가 아니었다. 아니, 생물이 아니었다. 괴물의 정체는 바로, 거대한 잠수함 노틸러스 호였다. 노틸러스 호 안에는 세상과 연을 끊은 네모 선장과 선원들이 살고 있었다. 네드랜드와 콩세유, 아로낙스 박사는 네모선장과 함께 노틸러스 호에서 살게 되는데……

 작가가 진짜 해저 2만리까지 갔다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세세하게 묘사가 되어있었다. 사실, 진짜 바닷속이 그렇게 생겼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비슷할 것 같다. 노틸러스 호를 타고 한달쯤 바닷속을 여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네모 선장이 바닷속에 살면서 지루해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수천가지의 물고기, 조개, 산호초… 황홀하다. 사실, 바닷속 풍경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바다라도 네모 선장이 세상과 소통하지 않은 채 오로지 바다에만 머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네모 선장에 의하면 바다는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 옷, 음식뿐만 아니라 묘지까지. 하지만 딱 하나, 바다가 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 비록 선원들과 함께이지만, 본래 사람이라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텐데. 혹시 사람들에게 질린 것일까? 무슨 일로? 2권에는 그의 사정이 나와있을 것 같다. 2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