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2권
-쥘 베른(비룡소)
해저 2만리 1권을 읽고 난 후, 2권이 너무 궁금했다. 왜 선원이 바다 한 가운데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네모 선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드디어 결과를 밝혀 볼 수 있게 되었다.
1권에서 노틀리스호와 아로낙스 박사가 만나게 된 과정에 초점을 두었다면, 2권에서는 노틀리스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중심이다.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해저 터널을 통하여 지중해를 쉽게 건너고,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땅, 남극에 네모 선장의 이니셜이 적혀있는 깃발을 꽂고 온다. 빙하에 끼여 도끼 몇 개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었고, 거대 오징어의 습격을 받아 아끼던 선원 한 명을 또 잃어야 할 때도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 게다가 전 세계도 모르는 신비한 심해 속을 바라보며 반 년을 지낸 어느 날, 네드랜드는 감금 생활에 지친다. 문명 속을 그리워하며 탈출을 꿈꾼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고 거리감을 두다 보니 갇힌 공간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깊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네모 선장이 우위에 있는 위치이다 보니 답답했을 것이다.
그러던 때, 어떤 곳에 도착하고서부터 네모 선장의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선박 내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선박에 올라서 있는 아로낙스 박사에게 옆에서 건넨 네모 선장의 설명. 그 곳은‘마르세유’라고 불리던 전투함이였다. 그러나 영국함대와 전투 도중 투항 거부 대신 350명과 함께 그대로 침몰하는데 후에 복수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방죄르 호라고 다시 이름 붙는다. 심상치 않은 선장의 말투. 영국에 대한 적대감이 드러난다. 며칠이 지나고 위험한 일각 고래인줄 알고 대포를 쏘아대는 영국함을, 노틀리스호는 그대로 침몰 시킨다. 그리고 네모 선장은 강하고 변덕스러운 조류 말스트륌이 있는 곳으로 선박을 몰고 그대로 자취를 감쳤다. 정신없는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하려던 박사 일행 역시 말스트륌을 만나 정신을 잃지만, 육지로 돌아와 여행담을 펼쳐 놓을 준비를 한다.
한껏 기대에 올라 있던 것과 달리 결말이 무언가 아쉬웠다. 결국은 네모 선장은 그냥 영국에 대해 반감이 있었고, 복수를 하기 위해 괴물이라는 걸 이용하였다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상상하던 정의롭고, 바다를 사랑하는 네모 선장이였다면 하고 바랬다. 하지만, 이 이후의 네모 선장은 쥘 베른의 또 다른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네모 선장의 일대기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물학 책을 읽는지, 역사 탐험가에 관련된 책을 읽는지, 아니면 공상과학 판타지 소설을 읽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인물에 대한 이야기, 생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인물이든, 생물이든 처음 보는 이름이 많았는데,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정말 내가 심해 속에 들어가 본 것처럼, 온갖 신기한 생물들을 만나 본 것처럼 구체적인 설명은 정말 어딘가에 거대 오징어, 6m가 되는 가오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신비한 바닷 속 이야기, 오직 네모 선장과 아로낙스 박사 일행만 경험한 일들. 이젠 그 일들을 미래에 우리가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