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전 작은 아이가 ’엄마, 배꼽은 왜 있는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진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증거야’라고 말했었지요. 평소에는 그저 무심히 보았던 배꼽인데, 생각해보면 엄마와 아이를 하나로 묶어주었던 배꼽은 ’사랑의 증거’일지 모르겠습니다.
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설레였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누굴 닮았을까? 이름은 뭐라고 하지? 남자일까, 여자일까?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까? 지금은 뭐하고 있을까? 등등 설레임으로 아이를 기다렸던 순간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발그레한 얼굴을 한 아이가 뱃 속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이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고 작은 아이가 엄마 배 속에서 엄마 배꼽 구멍으로 바깥 세상을 봅니다.
대부분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대한 내용을 다룬 그림책에서는 엄마와 가족을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맞이하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주로 다루는데 반해, 이 그림책은 조금 특별하게 배 속에 있는 ’아이’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아!
보인다, 보여.
바깥세상이
보인다, 보여.
엄마 배꼽 구멍으로 보는 바깥 세상은 거꾸로 보입니다. 엄마 배 속에서 거꾸로 있는 아이의 시선대로 보여주고 있어 더 특별하지요.
오빠는 태어날 아기에게 선물할 로봇을 만들었어요.
언니는 아기에게 보여줄 예쁜 꽃을 가꾸고 있지요.
그러고보니, 아이는 여자 아이인가 봅니다. 오빠, 언니라고 칭하고 있으니 말이죠.
아기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들려주는 아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엄마.
배꼽 구멍으로는 오빠 언니의 모습, 아빠의 목소리, 맛있는 음식 냄새,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다 보이고 들리네요.
태어날 아기를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가족들의 마음을 아기는 느낄 수 있었답니다.
가족들이 모여 도란도란 아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도 설레어집니다. 엄마 배꼽 구멍으로 바깥 세상을 본 아기도 가족을 빨리 만나고 싶을 거 같네요.
가족의 마음이 배 속의 태아에게 모두 전달이 되어진다고 합니다. 아기의 탄생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은 아기들에게도 전달되어져, 배 속의 아기도 사랑을 먹고 건강하게 쑥쑥 자랄거예요.
가족의 사랑을 배 속의 아기의 시선으로 보여준 너무도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가끔 엄마 말을 안 듣는다고 두 녀석을 다그치고 혼내기도 합니다. 순전히 엄마 욕심때문이죠. 배 속의 아기 시선으로 바라본 이 그림책을 보면서, 탄생의 기쁨으로 설레이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볼 줄 아는 엄마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이도 엄마인 저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만나 하나의 가족으로 탄생되었습니다. 그 기쁨을 잊고 지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 봅니다.
(사진출처: ’배꼽 구멍’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