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kid rules the world
뚱보가 아니다. 뚱뚱한 아이의 룰이다. 요 녀석에게 어떤 고민이 있나 한번 들어보고싶었다.
나이 열일곱. 키 183센티미터, 몸무게는… 135킬로그램. 늘 땀에 절어 사는 뚱보다. 촌스러운 스포츠머리에 피부는 누리끼리한 데다 숨 쉴 때는 저절로 입이 오므려진다. 내가 가진 바지 여덟 벌은 한결같이 모두 똥색이다. – P.5
요 덩치큰 녀석의 이름은 트로이다. 트로이 빌딩.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쪼매한 기타리스트는 누굴까? 왓슨 고등학교의 살아있는 전설. 교내에서 유일하게 집이 없는 아이. 정학을 밥 먹듯 당하는 문제 학생.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펑크록의 신으로 통하는 천재 기타리스트, 커트 맥크레이다.
항상 누군가에게 지는 기분이 들었단다. 트로이는. 살아있는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트로이가 움직일때마다 비웃는듯한 모습의 아이들이 있고, 동생 데일마저 형이 죽어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 죽는다는게 쉬운게 아니다. 쉽게 죽는 방법으로 찾은게 지하철인데, 이게 또 웃음이 나올것 만 같다. 뚱보가 지하철에서 뛰어내리면 얼마나 웃길까? 에라… 그때 나타난 인물이 커트다. 커트는 트로이와는 너무나 반대되는 아이다.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어찌나 빼빼한지 먹어도 먹어도 불쌍하기만 하다. 이 녀석 역시 트로이만큼 웃긴 녀석이다. 트로이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계속 뭔가를 요구하니 말이다. 게다가 초등학교때 드럼친게 다인 트로이를 자신의 드러머로 낙인을 찍어버리기까지.
일반적인 눈으로 봤을때, 이 녀석들은 정말 사고뭉치다. 하지만, 사랑스럽다. 세상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것 처럼 느끼는 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살, 약물 중독, 문제 가정, 한부모 가정, 가정 폭력, 죽음, 왕따, 비만 등 요즘 청소년들이 겪는 어두운 문제들을 작품 곳곳에 배치하면서도 트로이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트로이는 못느끼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음악을 이야기의 또 다른 중심 축으로 두어 커트가 가진 음악과 밴드에 대한 생각이나 펑크록 공연 무대, 커트의 기타 연주, 트로이의 데뷔 무대에서 벌어진 사건 등을 굉장히 실감나게 묘사하여 펑크록속에 빠져드게 만든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수 없다. 트로이가, 커트가 힘들어한 이유 또한 외로움이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이, 사랑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트로이도 커트도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들의 록밴드가 시작된다. 굉장히 재미있다. 이 책은. 그리고 트로이는 말을 한다. “그래, 나 뚱뚱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겁단 말이다!” 뚱보면 어떻고 말라깽이면 어떤가? 그렇다 해도 이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아이들.. 트로이와 커트를 보면서 내 옆에 있는 내 아이들을 다시 한번 본다. 내가 외롭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