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에 읽으면서 참 재미있다 생각했던 책이었는데, 겉표지만 보고는 다른 책인줄 알았다. 아니, 아동도서 서평을 쓰지 않았더니 책들이 서로 섞여서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안났었다. 아동도서들은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빌렸던 책 또 빌리고, 표지가 바뀌면 새 책이라고 읽고 결말을 보고는 이책을 읽었었나 하고 갸웃거리기 일수다. 민들레 이야기도 그런경우였다. 큰 아이가 저학년 무렵에 함께 읽은 책이었으니, 3-4년은 흘렀고, 다시 읽으니 기억은 망각의 강을 건너 버렸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듯 반가웠다. 작은 아이 덕분에 이렇게 민들레를 다시 만났다.
주인공 바람이는, ‘심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친구를 골려 먹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다. 3학년에 올라간 첫 날, 민들레라는 짝궁을 맞이하게 되지만 짝궁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던 바람이는 이내 실망을 하고 만다. 민들레는 못생긴 헝겊 인형 ‘알로’를 품에 안고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기도 하고, 바람이의 볼에 뽀뽀를 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그또래 아이들 답게 얼레리 꼴레리를 외치면서 바람이를 놀려된다. 바람이는 아이답게 자기 책에 낙서하고, 책상 밑에 들어가서 혼자 중얼거리는 민들레가 그저 싫을 뿐이다. 그래서 급식 그릇의 음식물이 민들레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도록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제 바람이의 소원은 한 가지다. 어떻게 하면 짝꿍 민들레 대신 다른 친구와 짝꿍을 하느냐. 하지만 담임선생님도 짝꿍을 바꿔 주는 대신, 자꾸 민들레 편만 든다. 이제 바람이는 짝꿍을 바꾸기 위해서 별명 그대로 민들레에게 아주 심술 맞게 군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지, 바람이가 심술 맞게 굴어도 민들레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반 친구들은 늘 친구들에게 상냥한 민들레를 잘 보살펴 주기까지 한다. 민들레의 쫄병이 생기기 시작한것이다. 민들레를 화장실까지 데려다 주는 쫄병, 민들레의 머리를 예쁘게 빗겨 주는 쫄병, 교실에서 민들레의 주위를 치워 주는 쫄병, 자기만 알던 반 아이들이 어느새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민들레와 서로 짝꿍을 하겠다고 나서는 아이들도 있다. 바람이는 짝꿍이 바뀐다는 생각에 신나면서도 마음이 조금 이상하다. 초록색 칭찬 스티커가 벽을 넘는 쫄병들과 노란색 발썽스티커가 복도까지 넘어갈것같은 자신을 보면서 바람이는 민들레의 알로를 땅에도 파묻고는다.
민들레가 반 친구들을 쫄병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교장 선생님이 반 친구들을 구해 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바람이가 편지를 쓰기 이전에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 민들레가 아이들 수업에 방해 되니 특수학교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교장 선생님에게까지 알려져 있었다. 결국 민들레는 특수학교로 전학가게 된다. 전학가기 전, 바람이는 민들레를 골려 주려고 학교 뒷마당에 숨겨 놓았던 알로 인형을 찾아서 민들레에게 돌려준다. 전학가는 날, 민들레는 바람이에게 알로를 선물로 주고, 자기도 모르게 민들레에게 정든 바람이는 민들레를 위해 마음속으로 활짝 웃는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싫은건 싫다고 표현을 한다. 하지만, 다름과 틀림은 알아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요즘은 공교육 기관에서는 어디나 장애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때문에 아이들에게 아픈 친구가 낯설지는 않다. 책속 내용처럼 ‘특수교실’을 ‘바보교실’이라고 놀리는 일도 없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려서 자라가는 것을 일찍부터 배운다. 바람이는 심술꾸러기 모습 그대로이지만, 이 모습이 정말 바람이만의 모습인가를 생각해본다. 수업에 방해된다고 서명 운동을 한 부모님들. 쫄병이 아닌 친구이기를 자처하는 아이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민들레 이야기는 재미있다. 장애아를 다뤘지만, 밝은 민들레로 인해서 시종 웃음을 띄게 만든다. 민들레가 있는곳은 어디든 환해지고 밝아진다. 민들레의 순수한 마음처럼 말이다. 그리고 알게해준다. 아이들에게는 큰 친절이 아닌,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