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은 ‘끝없는 이야기’ 이후로 처음이여서 무척이나 가슴이 떨려왔다.

이상하게도 내가 읽어본 판타지 소설 모두가 한 권으로 이루워진 두꺼운 책들이였는데

(아로와 완전한 세계, 비밀의 도서관, 끝없는 이야기) ‘에메랄드 아틀라스’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겨졌었다. (특히 비밀의 도서관과 끝없는 이야기가)

영화로도 제작된 ‘나니아연대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중에서는 나니아연대기와 유사한 것 같았는데 아마도 주인공이 남매여서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로 인해 부모님과 헤어지고 의문도 모른채 고아원으로 가게된 3명의 남매.

맨처음 수녀원에 갔을 때에는 사건에 관련된 애거서 수녀가 돌본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다행이다 생각했었는데,

애거서 수녀의 실수로 화재가 일어나면서 고아원으로 가야했던 그 아이들이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게 더욱 기대감이 생겼다.

역시나 판타지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날 판타지의 세계를 맛보기 전, 크거나 작은 고난을 겪어야 뒷 이야기가 더욱 빛나지 않나 싶었다.

 

에메랄드 아틀라스의 주인공인 첫째딸 케이트와 둘째, 마이클, 그리고 셋째인 엠마 각자의 개성도 뚜렷해서 재미있었다.

왠지 소설 속 주인공들과 같이 3남매인 우리집과 비슷하다고도 생각되어 동질감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백작부인의 캐릭터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원더랜드를 통치하는 포악한 ‘붉은 여왕’과 매치가 되었다.

다른 점이 많긴 하지만 억압적인 통치와 화려하다는 점이 강렬한 특징으로 작용된 탓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시리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간간히 이 ‘시원의 책’시리즈에서 다루는 시간의 아틀라스를 포함한 세 권의 책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더라면 나 자신도 모른채 이 스토리가 한 권의 장편으로만 느껴질 정도로 꽤나 흡입력이 강했다.

박진감 넘치는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눈 앞에서 펼쳐놓는 듯한 느낌도 이 책의 자랑 중 하나라 생각된다.

‘꽥꽥이’와 같이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과 공감도 함께 불러일으키는 단어들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끔가다보면 책 속에서 일어난 다급한 상황에 작가의 문체가 너무 과하게 쓰여진 건 아닐까하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 상황 하나하나를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만큼 자세하고도 정교한 문체였는데,

그게 나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 듯 한 두번을 다시 읽어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그 상황을 넘긴 후에는 왠지 뒷 이야기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부작용도 있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난 후에는 무엇보다 다음 시리즈가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해리포터나 나니아연대기는 영화로 밖에 보지 않아서 소설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 작품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대작으로 불릴만큼 스케일은 있지만 다른 대작에 비해 강렬함이 적다고 할까, 밋밋한 감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이번 ‘시원의 책’을 통해 마지막 시리즈까지의 기대감이 폭발적이여서 작품의 가치성은 높게 사고싶다.

과연 캐이트 남매의 부모님과 다이어 매그너스는 어떻게 된걸까? 하고. 나는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