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600페이지의 분량. 반나절안에 이걸 어떻게 다 읽지…하며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끌어당기는 통에 잘시간도 거른채 열심히 보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얘네들은 이런 모험을 하지만 나는 앉아서 책보거나 공부를 하는 구나.”
였다. 이런 위험 천만한 여행을 그것도 14살, 11살 애들이 한다는게 도통 대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보단 시험걱정 없이 이렇게 할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나에게 이런 말을 물어본다면 난 고민고민하다 말했을것이다.
“넌 선택 받았어. 서둘러.그 책들을 백작부인에게 뺏기기 전에 찾아야지.”
“…..아…학교는 어쩌지? 진도가 벌써 다 나갈텐데….가고는 싶은데”
역시 현실적인건 어쩔수 없는가보다라는 슬픈 생각을 가지고 책속에 한부분이라도 더 빠지기 위해 허우적대야갰다.
나보다 2살이나 어림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나날이 성숙해지는 케이트, 메모하기를 좋아하고 이론만 줄줄히 외우는 잘난척쟁이같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느 마이클, 다혈질에 싸움대장, 오빠와 투닥투닥 싸우지만 한없이 감수성이 풍부한 막내 엠마. 이들이 모여 하나의 판타지를 이루었다. 캐릭터나 전개나 다분히 전형적인 판타지의 틀을 갖고 있다.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라는 독특한 공감도 없었고, 퍼시잭슨의 신들과 만나는 세게또한 없다. 다만 하나의 예언과 두개의 세계, 그리고 수많은 여정이 있을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안에 담겨있는 세밀한 묘사와 각각의 인물들의 특징들이 충분히 우리를 감동시키고 소중함을 얻게 해주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이다. 핌 박사가 책을 과거에 숨기고 아이들을 고아원에 버린 사람이었고 백작부인은 힘을 잃어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케이트를 협박하고 모든 이를 압도하는 다이어매그너스의 존재는 굉장히 쾌활한 것처럼 나왔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 또한 세밀한 묘사도 놓칠 수 없다. 마치 짧은 문장하나하나가 모여 나에게 큰 영상을 만들어주었다. 세 아이들과 늑대의 추격전도 실감났고, 엠마가 화살에 맞아 아파하고 그 곁을 가브리엘이 지켜주고 도와줄 때는 감동이었고 주인공이 이렇게 죽을 수 없어! 라고 외치게 만든다. 절정에 달하는 댐에 배가 부서진 부분에는 흔들흔들 거리는 배안에 그 많은 일들이 너무 실감이 나서 나조차도 책을 꼭 지고 빨리 움직여! 라고 재촉하게 만들었다. 계속 보면 볼수록 기대가 되는 책이다. 케이트와 마이클, 엠마는 과연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까. 부모님이 포로가 되었다니 그건 무슨 소리지. 또 다른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더해갈수록 작가가 하루빨리 2권을 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