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 시작하니 땅 속에서 지렁이가 땅 밖으로 비 구경을 나와 친구들을 만납니다.
어여쁜 의성어와 함께 방금 떨어진 듯한 빗방울은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살갗에 부딪히는 느낌입니다.
작은 지렁이의 얼굴표정과 몸짓을 살펴보는 일은 이 책의 큰 재미지요.
비를 좋아하는 꼬물꼬물 삼총사의 만남과
달팽이와 거북이 등의 예쁜 집 모양은 아이로 하여금 해맑은 미소를 이끌어 냅니다.
그들에게 씌워 준 물왕관은 작가 만의 독특한 시선과 아이같은 감성이 뭍어납니다.
그리고 삼총사가 풀잎 위 빗방울에 얼굴을 비춰보는 모습은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생각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제 곧 장마가 온다고 하여 집안 눅눅한 것과 다니기 불편할 것을 걱정하는 엄마와 달리
이 책을 읽고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을 하던 아이는 벌써 비를 기다립니다.
비를 좋아하는 꼬물꼬물 삼총사를 만나러 갈꺼랍니다.
그래서 비를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우리는 이 책처럼 집에서 기르는 달팽이와 애벌레에게 비를 만나게 해 주기로 하고
독후활동을 했답니다. 한지 위에 나뭇잎과 달팽이, 애벌레를 올려 놓고
책에서 처럼 시원한 느낌이 나는 녹색 물감을 떨어뜨려 주었답니다.
처음엔 동그란 빗방울 같던 물방울도 이내 한지에 스미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미리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는 행여 달팽이와 애벌레 친구들이 물감물을 들이킬 까봐
조심조심 주위로 물감을 뿌리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답니다.
독후활동을 하면서 살아있는 생명과 함께 활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