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제목 : 플루타르크 영웅전 [1]테세우스, 아테네의 위대한 왕
플루타르크 원작 / 진선규 각색 ·그림 / 펴낸곳 : 고릴라박스
그 동안 그리스 · 로마 신화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라면, 신들의 왕 ‘제우스’, 하늘의 여왕 ‘헤라’, 사랑과 아름다움의 상징 ‘아프로디테’,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 헤라클레스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고, 괴물 메두사의 얼굴을 보는 사람은 돌로 변하며, 하늘을 두 어깨로 메는 벌을 받고 있는 아틀라스,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만들어 그 안에 병사 수십 명을 숨겨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연합군 이야기 정도가 전부였다.
이렇듯 신들이고, 영웅이고, 그들의 모험담까지도 이야기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채 앞뒤 없이 뒤죽박죽 얇은 지식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리스 · 로마 신화가 재미있고 누군가에게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 있었지만 띄엄띄엄 내용을 알고 있다 보니 듣고 나면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도서관에 가보면 시리즈로 책장에 빼곡히 꽂혀있는 그리스 · 로마 신화 관련 책들을 많이 보았다. 그 이야기의 장대함에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읽기를 포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페이지 수도 어마어마하고 권수도 많아서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그건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내가 마지막 이야기까지 과연 다 읽을 수 있을 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글쎄……’라는 시원찮은 답에 아예 시작을 안했던 것이다.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느니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말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페이지수도 많고, 빼곡한 글씨에 설명도 지루하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갈등을 단번에 해결해 준 책이 있다. 그 책 이름은 바로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다. 이야기를 지루하게 끌고 가지 않는 게 우선 마음에 들었고, 90여 페이지에 중요 사건만을 조목요연하게 간추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만화로 재미와 이해력을 높였다. 거기에 소주제별로 만화에 모두 담지 못하는 부족한 이야기를 그림과 사진으로 따로 정리를 해서 이해하기 조금 어렵고 궁금한 내용들을 정리한 점도 좋았다. 선명한 채색의 만화는 재미와 속도감, 시원시원한 해설에서는 이해력과 더욱 다음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게 하였다.
플루타르크 영웅전, 그 첫 번째 영웅은 바로 ‘테세우스’, 아테네의 위대한 왕이다. ‘힘!’ 하면 헤라클레스만 떠올리는 내게 그와 쌍벽을 이루는 ‘테세우스’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등장인물 소개를 통해 만난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인 ‘아이게우스’의 아들로 최초의 민주주의자라고 불린 뛰어난 정치가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어서 테세우스의 외할아버지인 ‘피테우스’, 어머니 ‘아이트라’, 미궁에서 빠져나오도록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건네준 ‘아리아드네’, 반은 사람이고 반은 소의 모습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 그밖에 무시무시한 악당들이 나왔다.
악당들은 험악한 외모만큼이나 잔인하기 이를 데 없어서 책속에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어떻게 봐야할 지 은근히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은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유쾌하게 때론 통쾌하게 테세우스 주먹 한 방으로 넘어갔다.
나그네들을 약탈하고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때려죽이는 악당, ‘페리페테스’를 만났을 때, 둘의 대화이다.
– 페리페테스 : “나 심심해~ 나랑 내기할래?”
……
– 테세우스 : “푸하하! 문제를 꼭 생긴 대로 내는구나.”
말풍선에 담긴 대화 내용들이 이렇듯 유머 있게 써내려가서 읽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나왔고, 캐릭터 표정들 또한 말풍선 못지않게 익살스럽게 표현이 되어 한 번 손에 든 책은 끝까지 다 읽을 때까지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아버지를 찾아 기나긴 여정 길에 오른 테세우스는 모험에서 많은 악당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페리페테스’(나그네들을 약탈하고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때려죽이는 악당), ‘시니스’(나그네들을 속여 나무에 묶고 잔인하게 죽이는 악당), ‘파이아’(사납고 엄청나게 힘이 센 멧돼지), ‘스키론’(나그네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죽이는 악당), ‘케르키온’(나그네에게 씨름 시합을 걸어 죽이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침대에 사람을 눕힌 뒤 침대 밖으로 삐져나오는 몸을 잘라 죽이는 악당) 하지만 테세우스는 그때마다 힘과 지혜로써 모두 물리치고 무사히 아버지를 만난다.
테세우스가 만난 악당, ‘케르키온’의 이야기에서는 이 씨름에서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이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다고 하니 참 볼수록 재미있다.
‘제2의 헤라클레스’로 불린 테세우스는 젊은 시절 수많은 모험을 통해 명성을 얻고 정치능력도 훌륭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 속에서 잘살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타락된 삶이었고, 결국 절벽에서 떨어져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타살인지 사고사인지는 알 수 없다. 그의 말년은 비록 초라했지만 젊은 시절 수많은 악당들을 물리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기억된 테세우스의 삶은 위대했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1권과 함께 플루타르크 영웅전 특별판에서는 고대 그리스사를 만날 수 있다. 올림포스(그리스에 있는 산.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포스가 신들의 집이라 생각했다.)신들은 인간이 그들의 말과 글로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기 전까지 인간들 속에서 함께 살았다고 말한다. 서구 문명을 잉태하고 선사시대 그리스의 모습과 문명의 변천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특별판에는 위 이야기 말고도 그리스 · 로마 신화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마음에 남을 많은 명언들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적어보았다.
– 영웅이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의 상징 같은 존재이다.
– 신화는 역사의 닫힌 문을 여는 열쇠이자, 해석을 위한 암호와도 같은 법. 그래서 신화와 역사를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
– 인간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일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신화와 역사가 나뉜 것이다.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그렇다면, 제우스의 아들인 헤라클레스는 인간일까? 아니면 신일까? 책에서 던진 질문을 나 자신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던져본다.
신화속의 일화이건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건 위대한 영웅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신의 자식이자 인간의 영웅이었던 헤라클레스는 인간영웅의 탄생을 지금 지켜보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우리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
총 20권으로 만나게 될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1~10권까지는 그리스 영웅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이야기가, 11~20권까지는 로마 영웅들의 긴장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가 진행된다. 1권에서 느낀 재미와 감동이라면 이번엔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