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잎. 왠지 우물가가 떠오른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물 한 그릇을 청하자 아리따운 처자가 바가지에 버들잎 몇을 띄워 건네는 장면 말이다. 목이 말랐던 나그네가 행여나 물을 마시다 체할까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한 나그네와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는 옛이야기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버들잎은 내게 정겨운 이미지로 새겨져 있다.
책표지를 보며 무엇보다 버들잎이라는 어김이 참 좋다. 버드나무의 잎사귀라는 딱딱함보다 왠지 나긋나긋한 느낌이랄까?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스티브 젠킨스의 독특하면서 사실적인 콜라주의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라 더 호감이 간다. 한지를 찢은 듯한 동양적인 느낌이라 아이들도 친숙하게 느끼는거 같다. 표지의 다람쥐(책에서는 청설모라고 표현)를 보며 아이들이 먼저 한지같다고 반긴다.
책의 부제인 나뭇잎이 알려 주는 자연의 순환를 통해 이미 주제는 드러나 있다. 전체 이야기가 과학적 정보 그림책이라는 느낌보다 스토리를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덜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정보 그림책을 ‘공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정보를 열려고 하면 책에 대한 호기심이 급격히 떨어진다.
버드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버들잎 열 장의 여행을 통해 한 살이를 보여주고 있다. 각자 바람에 날려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역할을 다한다. 때론 누군가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고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고 장식품으로 놀이도구로 쓰인다. 그저 가까운 바닥에 떨어졌다고 해서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지렁이의 먹이로 똥으로 거름으로 순환한 버들잎은 새로운 버들잎을 내어놓는 원동력이 된다.
책을 뒷면에 호두를 이용해 돛단배를 만드는 법이 나와 있었다. 아쉽게도 호두껍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거기다가 요즘엔 버들잎도 쉽게 볼 수 없다. 버드나무가 봄철에 홀씨가 날려 알러지의 원인이 되어서인지 최근에 많이 베어진 듯하다. 인터넷에 버드나무에 대해 검색해 보니 가장 많은 것이 버드나무에 사는 해충이 제일 많았다. 그만큼 버드나무가 언제부터인가 현대인에게 기피 대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나그네의 갈증을 배려해 버들잎을 띄워주던 옛 정취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