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바람이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던 버들잎 열 장을 모두 낚아채 가며 이야기는 시작이 돼요. 하나의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지만 노랑, 연두, 주황처럼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고 크기와 무늬 또한 다르답니다. 바람에 날아간 버들잎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시냇물 위에 떨어진 버들잎은 메뚜기를 구해 주기도 하구요. 청설모의 보금자리를 폭신하게 꾸며 주기도 합니다. 전화번호를 적는 메모지가 되기도 하고, 책갈피에 잘 마른 버들잎은 그림 속 물고기가 되어 멋진 미술작품을 완성하게 도와주기도 하네요. 또다른 버들잎들은 예쁜 등불 장식이 되고, 흙에 사는 작은 벌레들에게 맛있는 양식이 되어 영양 많은 거름으로 변하기도 하고, 거름으로 번한 버들잎을 빨아들이고 이듬해 봄 새잎을 틔우게 되는 버드나무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끈임없는 순환을 차분하고 부드럽게 담아주었답니다. 색깔, 길이, 무늬가 다른 것처럼 열 장의 나뭇잎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자연과 사람을 만나 서로 돕고 살아갑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나뭇잎이동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양식이 되고, 다시 새잎을 틔우는 버드나무의 모습으로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흔하디 흔한 나뭇잎 한 장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자연 속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어요. 풀잎에 앉은 날벌레와 메뚜기, 개구리와 청솔모, 땅 속 지렁이와 생쥐 등 그림 구석구석 섬세하게 그려진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의 어우러짐은 이를 깨닫게 해줘요. 버들잎 열 장이 떨어지는 다양한 자연 환경과 다양한 생물의 만남으로 사람과 자연이 상호 작용하며 생명을 이어 나간다는 사실도 함께 전해줄 수 있답니다. 자연친화적인 색채와 세밀하고 부드러운 그림들로 하여금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듯 해요. 버들잎이 어딘가에 떨어진다면 어떤 모습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