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힘을 알려준 빨강연필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5월 20일 | 정가 15,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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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뚝딱뚝딱 글쓰기가 되면 좋으련만.. 내 머릿 속의 생각, 내 목까지 차오르는 이야기라도 글로 다 적어내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글쓰기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라도 글이 써지지 않아 혹은 생각했던 좋은 글이 아니어서 펜을 들었다 내렸다 할것인데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부담스럽고 누가 대신 써주겠다 하면 두 손들어 환영이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글을 저절로 알아서 써주는 연필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요?
2011년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빨강연필]은 이런 마법같은 빨강연필 이야기로 어느 날 빨강연필을 갖게된 민호가 갖는 심리와 성장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점심시간, 혼자 교실에 남아 있던 민호는 지나가다 수아 책상에 부딪혀 서랍 안에 있던 수아의 ‘유리천사’를 깨뜨리고 말아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을 말하는 게 두려웠던 민호는 그것을 비밀 일기장에 적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이 때론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된 민호는 학교에 내는 일기와 비밀 일기장을 따로 쓰는데 비밀일기장에 털어놓는 이야기가 또 생겨났습니다.
우연히 책상 위에 있던 빨강연필로 쓴 글이 선생님의 칭찬을 듣게 되면서 민호는  그 연필이 가진 특별한 힘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그 연필에 의지해 쓴 글이 학급에서 이달의 글에 뽑히고 교내 글짓기 상과 동화작가 송지아 선생님과 엄마의 칭찬을 받으면서 민호는 빨강연필의 마력에 빨려 들어갑니다.
하지만 아빠가 집을 나가 엄마하고 단둘이 생활을 하고 아빠와 자주 만나지 못해 혼자 마음 속 상처를 가진 민호와 다르게 빨강연필은 민호의 글짓기를 완전 다른 내용으로 적고..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새빨간 거짓말같은 글을 만들어 냅니다.
오히려 글을 잘 못썼을 때가 그립고 혼자만의 비밀과 거짓을 갖는다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는 민호!
그러나 민호는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서 주어진 주제 대신 자기가 말하고 싶었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담아두었던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솔직하게 씀으로써 빨강연필과의 싸움에서 이깁니다.

글짓기 수업시간, 원고지 칸수를 세어가며 어떻게 무슨 말을 써야할지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책이에요.
빨강연필을 갖는다면 일단 잘 쓰고픈 내 바램과 욕심을 채울 수 있어 좋고 다른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현실과 다른 가짜의 이야기라 한다면?? 
내가 아닌, 내 그대로가 아닌 거짓의 글이 주는 불안으로 민호는 진심으로 글을 쓰는 것이 제대로 된 글쓰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의 마음을 보이지 못하고 가리려 했던 민호는 빨강연필을 통해 말이나 글 말고도 진심을 전하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되지요.
민호는 빨강연필이 거짓말을 한다고 탓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바램을 말해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고보면 민호는 글쓰기 그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자기의 진짜 이야기를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이런 거짓과 솔직함..그 이면에는 엄마와 아빠의 별거, 연락이 없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빨강연필로 인한 갈등을 지나면서 엄마는 민호를 위한 쿠키를 굽기 시작했고 민호는 스스로 아빠에게 먼저 전화를 겁니다.
아빠의 관심과 애정을 바라면서도 주저하던 일,, 민호와 가족이 서로 화해하고 이해해가는 모습에서 어떤 긍정적인 기대감이 들기도 했어요.
 
민호는 혼자 진실을 말할 수 없어 스스로 외로움과 두려움에 갇히지만 수아와 엄마를 통해 소통하면서 자신이 더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또 별로 친하지 않지만 남의 시선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정란이를 보며 진실된 사람이 갖는 힘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자신의 글짓기에 시비를 거는 재규에게선 스스로 솔직히 글을 쓰고 자신감이 많은 재규의 실력과 정정당당함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는 민호가 빨강연필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열쇠가 되었던 듯 싶어요.

민호의 이야기가 따뜻한 결말로 끝난 뒤에 다시 효주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효주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게 될까요?
이 책의 주인공이 나였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잠깐 상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잘 쓰는 글보다 솔직한 글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껴 봅니다.